‘팔레스타인 독립승인’ 美 해법에 전세계 촉각

  • Array
  • 입력 2011년 9월 22일 03시 00분


코멘트

■ 66차 유엔총회 개막

193개 회원국이 참여한 가운데 21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개막한 66차 유엔총회는 ‘아랍의 봄’ 이후 처음 열리는 행사여서 어느 해보다 눈길을 끈다. 정식 회원국 지위를 얻어 처음으로 유엔 무대에 나서는 리비아 반군지도부 등 재스민 혁명주역들이 참석했다. 30년 독재를 마감한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이나 매년 단골손님처럼 유엔총회장을 희극(戱劇)무대화시켰던 무아마르 카다피는 사라졌다.

총회의 가장 큰 하이라이트는 ‘팔레스타인 총회’로 불릴 만큼 주목을 받고 있는 팔레스타인 독립국 승인 문제. 미국은 이 문제를 놓고 국내외에서 상당히 난처한 처지에 빠져 있다.

○ 핫 이슈 팔레스타인 독립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23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정회원국 가입 신청서를 제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팔레스타인은 1967년 중동전쟁 이전 국경선에 의거한 국가로서의 지위를 인정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가입 신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총회 표결 전 승인 절차를 갖는다. 미국 등 5개 상임이사국 중 한 곳이라도 반대하면 안건으로 올라갈 수 없다. 이미 미국이 거부권 행사 방침을 수차례 밝혔기 때문에 통과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런데도 팔레스타인이 강력하게 밀고 있는 것은 중동 내 반(反)이스라엘 정서를 결집하고자 하는 의도가 강하다는 분석이다. 중동의 새로운 맹주로 떠오르고 있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도 팔레스타인 독립국 승인 카드를 통해 이스라엘에 대항하는 중동 국가들의 목소리를 모으고 있다.

○ 진퇴양난 미국

미국은 안보리에서 승인 문제에 거부권을 행사하면 당장 중동 외교정책에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 행정부는 실제 투표를 해야 하는 상황까지 이르지 않으려고 막판까지 해법을 찾기 위한 외교전을 펼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1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압바스 팔레스타인 수반을 잇달아 만나 유엔을 통한 표 대결은 팔레스타인 독립국 지위를 쟁취할 적절한 수단이 아님을 설득할 계획이다. 미국과 유럽 등은 일단 팔레스타인의 이번 신청을 저지해 시간을 번 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을 협상의 틀로 이끌어내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유럽연합(EU)과 유엔, 러시아 외교관들도 팔레스타인의 신청으로 유엔에서 빚어질 분열과 갈등 사태를 막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 유럽의 한 외교소식통은 “반 총장이 압바스 수반의 신청 서한을 안보리에 바로 전달하지 않는 방안도 있으며 이 밖에도 몇 가지 방안들이 검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22일 개막 연설에서 팔레스타인 지위를 ‘비회원 옵서버 국가’로 격상하는 내용의 제안을 할 것이라고 외교소식통들이 전했다. 정면충돌이 불가피한 회원국 승인 신청 대신 옵서버 국가로의 격상을 절충안으로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프랑스는 미국과 마찬가지로 독립국가 승인을 반대하는 입장이다.

어쨌든 이번 팔레스타인 독립 제안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평화를 위해 사실상 유엔 창설을 주도하고 강대국 중심의 안보리 상임이사국을 이끌어온 미국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 재스민 혁명 주역들, 국제무대 등장

20일 제네바 유엔 유럽본부에는 리비아 반군 지도부 국가과도위원회(NTC)를 상징하는 삼색기가 처음으로 내걸렸다. 유엔이 16일 리비아 반카다피군 대표기구인 NTC에 회원국 지위를 부여한 이후 취해진 조치였다.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리비아 재건회의에 참석한 NTC 마흐무드 지브릴 총리는 큰 환대를 받았다. 지브릴 총리는 “새 정부가 10일 안에 출범한다. 카다피가 유엔 헌장을 찢었던 그 자리에 오늘 우리가 돌아왔다. 리비아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평화와 안정을 성취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