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오바마 4470억달러 승부수… 시장은 냉담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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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8일 더블딥(경기회복 후 재침체) 우려에 빠진 미국 경제의 회생과 내년 대선 재선을 노리고 회심의 카드를 던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의사당에서 가진 상하 양원 합동연설에서 서민 중산층을 타깃으로 한 감세(減稅)정책을 뼈대로 시장의 예상치를 뛰어넘는 4470억 달러 규모(약 478조 원·올해 한국 예산 309조 원)의 ‘일자리 창출법안(the American Job’s Act)’을 통과시켜 줄 것을 요청했다.

뉴욕타임스 등 미 주요 언론은 상당한 기대감을 표시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일단 냉랭하다. 9일 유럽 증시는 하락세로 출발했고 한국 증시도 떨어졌다. 재정지출을 수반하는 경기부양책에 반대해온 야당인 공화당의 반대 때문에 이 법안 내용 가운데 얼마나 의회에서 통과돼 실제 효과를 낼지에 대한 의구심이 크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당초 예상됐던 3000억 달러의 1.5배에 이르는 4470억 달러의 경기부양책을 내놓은 것은 고강도 부양책을 쓰지 않고는 경기침체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상황 인식에 근거한 것이다.

꽁꽁 얼어붙은 경기를 되살리기 위해 오바마 대통령은 개인과 소기업의 세금을 대폭 깎아줘 소비 진작으로 이어지게 하겠다는 복안이다. 지난해 말 6.3%에서 4.2%로 낮춘 근로소득세를 다시 3.1%로 떨어뜨리면서 중산층이 세금을 절감한 돈을 소비 창출로 연결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부양책이 발효되면 2012년 근로소득세 감면 규모는 1750억 달러에 이르고 사회보장기금을 받는 중소기업에 대한 세율도 6.2%에서 절반인 3.1%로 인하해 700억 달러의 세금 감면효과가 있다. 여기다 직원을 신규로 고용하거나 월급을 인상하는 기업의 경우 아예 세금을 내지 않도록 했다.

하지만 세금 감면이 곧바로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IHS 글로벌인사이트 수석이코노미스트인 나이절 골트 씨는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세금을 깎아 주면 사람들은 소비보다는 저축을 할 것이기에 일자리가 새로 생기진 않는다”고 지적했다.  
▼ 美 경기침체 골 깊어 ‘약발’은 장담못해 ▼
오바마 “초당적 협조 필요”… 공화당 “패키지 통과 안돼”


전체 4470억 달러의 경기부양책 가운데 세금 감면분만 절반이 넘는 2450억 달러다. 여기에 학교시설 근대화와 리노베이션(300억 달러), 교통기반 프로젝트(500억 달러) 등 사회간접자본 건설에 1050억 달러를 투입하고 실업자 600만 명에 대한 실업수당 연장에 49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번 부양책에 담긴 1400억 달러의 정부 지출은 고속도로와 철도 항공시설 건설과 함께 공립학교 및 커뮤니티칼리지 근대화 계획에 집중돼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일자리 플랜은 대부분 의회에서 통과돼야 한다는 점에서 하원을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이 얼마나 협조할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법안에 대해 어떤 논쟁도 있을 수 없다”고 못 박으면서 “여기 담긴 모든 것은 여기 앉아 있는 민주당원과 공화당원이 모두 지지해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증세를 반대해온 공화당으로선 대통령의 감세법안에 대해 반대할 수만도 없는 상황이다. 공화당의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대통령 연설 직후 “미국 가정과 소기업들이 직면한 불확실성을 없애고 경기회복과 좀 더 나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함께 협조할 수 있다는 게 나의 희망”이라며 민주당과 협조할 뜻이 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대통령의 일자리 대책은 그동안 나온 정책을 반복하면서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을 비난하기 위한 것”이라며 “일자리 계획이 아닌 재선 계획”이라고 비판했다.

백악관 참모들마저 이 법안에 담긴 내용이 모두 패키지로 통과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 공화당은 소득세 감면이나 소기업 세제지원, 사회기반시설의 정부 투자에 대해 민주당과 협조하겠다는 뜻을 갖고 있다.

경기 침체의 골이 워낙 깊은 상황이라 일자리 창출법안이 구체화된다고 하더라도 실제 효과가 당장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4470억 달러를 조달하는 재원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부유층 증세와 법인세제 개혁을 언급해 주요 재원 마련 방향을 엿볼 수 있게 했다. 공화당은 오바마 대통령이 다음 주 의회에 제출할 재원조달 계획을 보고 일자리 창출 플랜을 선별적으로 통과시켜 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미국 주요 선물시장은 오바마 대통령 연설 이후 하락했다. 투자자의 실망감을 반영한 것이다. 유럽 주요 증권시장도 9일 하락세로 출발해 9일 정오(현지 시간) 현재 전반적으로 약보합세를 유지했다.

한국 주식시장에서도 ‘오바마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9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33.71포인트(1.83%) 하락한 1,812.93으로 거래를 마쳤다. ‘새로운 내용이 없다’는 차가운 반응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 대책만으로 위축된 투자심리를 회복시키긴 어렵지만 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낙관론도 나온다. 폴 애시워스 캐피털그룹 애널리스트는 “오바마 대통령의 제안은 (현재 1∼2%대인)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3% 가까이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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