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브러더스 파산 3주년]“위기는 3년만에 다시 온다”… 유럽 ‘고강도 긴축’ 고삐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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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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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먼브러더스 파산 3주년(14일)을 앞두고 ‘위기는 3년 만에 다시 온다’는 경제이론이 현실화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유럽 부채 위기의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는 나라들이 잇따라 강도 높은 긴축재정 조치를 단행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추가적인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아 경기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

○ 움직이는 ‘문제아들’

이탈리아 상원은 앞으로 3년간 542억6500만 유로(약 82조 원)의 재정적자를 감축하는 정부안을 7일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정부도 의회의 재신임을 얻게 됐다. 긴축안은 2013년까지 균형재정을 달성하기 위한 것으로 적자 감축액이 당초 455억 유로(약 69조 원)보다 늘어났다. 이탈리아 정부는 최근 시장이 안정될 기미를 보이자 고소득층에 대한 연대세(solidarity tax) 철회 등 긴축 후퇴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나 유럽중앙은행(ECB)과 유럽연합(EU)의 비판을 받으며 국채 이자율이 다시 급등하자 감축 규모를 대폭 늘린 것이다. 감축안에는 연간 소득 50만 유로 이상의 고소득층에 대해 3%의 추가소득세(부유세)를 신설하고, 부가가치세 세율을 20%에서 21%로 인상하는 내용이 새로 포함됐다.

스페인 상원도 7일 예산 적자 상한을 명시한 ‘균형예산’ 조항을 신설하는 개헌안을 통과시켰다. 천재지변 같은 비상사태를 제외하고는 재정적자가 엄격히 규제된다. 유로존에서 균형예산을 헌법에 명시하기로 한 건 독일에 이어 두 번째다.

프랑스 하원 역시 같은 날 세제 혜택을 대폭 줄여 내년까지 120억 유로의 재정을 확충하는 방안을 승인했다. 긴축안에는 하루 숙박료가 200유로 이상의 특급호텔에 2%의 특별세를 부과하는 내용이 담겼다. 어린이 놀이시설인 유로디즈니랜드, 아스테릭스 같은 테마파크에 대한 부과세를 5.5%에서 19.6%로 올리려다 업계와 여론의 포화를 맞고 마련한 대안이다. 유로존 2위의 경제대국이자 관광대국인 프랑스가 호텔업계의 반발은 물론이고 관광 수입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정책을 도입한 것은 그만큼 깊은 고민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 기로에 선 글로벌 경제 리더들

전문가들은 8일 밤(한국시간 9일 오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발표할 일자리 대책과 ECB의 금융통화정책회의(8일), 9∼10일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 회의 결과가 유럽 재정위기와 은행권의 유동성 위기, 미국의 더블딥 우려의 행방을 가를 첫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ECB는 8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1.50%로 유지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금리 동결은 유로존 재정위기의 증폭과 금융시장의 불안 때문에 금리 인상이 어려울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대로였다. ECB는 올 들어 4월과 7월 기준금리를 각각 0.25% 인상했다. 언론들은 ECB가 금융기관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부양책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자리 창출을 통해 더블딥을 막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오바마 정부는 8일 고용창출 대책으로 규정한 경기부양책을 발표한다. CNN 등에 따르면 당초 거론됐던 3000억 달러보다 늘어난 4000억 달러(약 432조 원)의 패키지가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이 중 1200억 달러(약 130조 원)가 연말에 종료될 ‘근로소득세 2% 인하 조치’를 연장하는 데 투입될 것이라고 외신은 전했다.

G7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는 부채 위기에 대한 유로존의 강력한 결단을 촉구하고 환율 개입에 대한 각국의 입장이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 여전히 회의적인 목소리

유로권의 잇단 청신호에도 여전히 부정적인 기류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7일 전했다. 독일 헌법재판소가 앞으로 정부의 구제금융 결정에 대한 의회의 개입 권한을 대폭 늘려 놓은 데다 유로권 국가 채무를 다루기 위한 공동 출자를 불허함으로써 유로본드 구상에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미래경제 예측 컨설팅 그룹인 IHS글로벌인사이트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인 나리만 베흐라베시 부사장은 7일 동아일보 등과의 전화 공동회견에서 “국제금융시장은 유로존 국가들이 국가부채 위기를 확산시키지 않고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데 회의적이다”라며 “유럽의 부채 위기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며 이로 인해 미국과 유럽이 경기침체로 갈 확률이 40%까지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 대형은행 중 하나만 무너져도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재연될 것”이라며 “하지만 유럽 국가들이 3년 전 미국과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위기를 겪고 있는 은행들을 적극 지원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유로존의 해체는 상상하기도 싫은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언급했다.

그는 특히 유로존은 회원국이 완전히 독자적인 정책을 결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미국처럼 연방국가도 아닌 어정쩡한 지배구조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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