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日本 대지진 3개월 피해현장을 다시 가다]잔해 하나씩 치우며, 희망도 하나씩 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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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나미 피해 집중됐던 게센누마 - 리쿠젠타카타

대지진과 쓰나미 피해가 집중된 미야기(宮城) 현 게센누마(氣仙沼) 시와 이와테(巖手) 현 리쿠젠타카타(陸前高田) 시는 3개월 전의 비극을 잊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7일 오전 10시 게센누마 항구. 쓰나미로 도로 위까지 밀려와 쓰러진 800t짜리 대형 어선을 기중기로 들어올리는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대지진 한 달 뒤인 4월 중순 기자가 이곳을 찾았을 때는 곳곳에 대형 어선이 널브러져 있었지만 이제 이 어선 처리가 마지막이다. 쇠사슬로 배를 동여매고 수십 cm씩 배를 끌어올리는 거북이 작업 끝에 배가 완전히 들어올려지자 박수와 환호성이 쏟아졌다. 산책 중이던 니누마 마쓰코 씨(71·여)는 “이렇게 배가 하나씩 정리되면서 항구도 조금씩 옛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며 웃었다.

지진으로 지반이 70cm 이상 내려앉은 부두에서는 바닥을 높이는 보수작업이 진행 중이다. 게센누마 항은 일본인이 즐겨 먹는 가다랑어가 많이 거래되는 항구. 보수작업을 하던 40대 인부는 “6월부터 가다랑어철인데 항구가 망가져 걱정”이라며 “이 작업을 빨리 끝내야 고기잡이를 할 수 있다”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번 쓰나미로 도시 하나가 통째로 날아간 리쿠젠타카타 시는 아직도 어디에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를 정도다. 아스팔트 도로 말고는 건물이 하나도 없어 마치 거대한 택지개발 단지를 연상케 한다. 하지만 이곳 주민들도 점차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다. 2개월 전 1200여 명에 이르던 다카다중학교 피난소에는 7일 현재 피난민이 300여 명으로 줄었다. 가설주택 건설이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

모두가 지치고 힘들 때는 이웃이야말로 가장 큰 믿음이자 의지할 대상이다. 피난소 곳곳에는 ‘살아있음에 감사하자’ ‘인연’ ‘모두가 힘을 합쳐’ 등 서로에게 힘이 될 만한 문구를 적어 벽에 붙여 놓았다. 최근에는 리쿠젠타카타 시의 젊은 디자이너가 제작한 ‘힘내자 리쿠젠타카타’라는 티셔츠와 배지 타월 등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하지만 여름이 다가오자 위생문제가 심각한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피해지역이 대부분 항구이다 보니 도시 전체가 생선이 부패한 냄새로 진동한다. 잔파리들이 너무 많아 인터뷰를 위해 대화를 할 때조차 입을 가려야 할 정도다. 게센누마 항구에서 만난 다마 미쓰히로 씨(67)는 “무더위가 시작되면 모기가 많아질 텐데 전염병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무너진 건물과 폐자동차 등 잔해물 처리도 복구작업을 더디게 하는 요인이다. 이와테 미야기 후쿠시마 3개 현에서 발생한 잔해물은 2382만 t(2일 현재)에 이르지만 치운 것은 18%인 438만 t에 불과하다.

게센누마·리쿠젠타카타=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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