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변종대장균 주범 3주째 오리무중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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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콩 새싹 오염원 유력”→하루만에 “아닐수도” 번복

슈퍼박테리아로 불리며 유럽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는 장출혈성대장균(EHEC)의 오염원으로 독일 북부의 한 농장에서 재배된 콩과 채소의 새싹들이 지목되고 있다. 그러나 이 농장에서 생산된 콩과 채소의 새싹들에 대한 1차 조사 결과 EHEC의 감염원이 아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검사 결과가 나오는 등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 독일 새싹이 오염원?

독일 북부 니더작센 주의 게르트 린더만 농업장관은 6일 하노버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감염원으로 의심된 독일 북부의 한 농장에서 생산된 콩과 채소의 새싹들을 조사한 결과 샘플 40개 가운데 23개가 EHEC에 음성 반응을 나타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니더작센 주 당국은 “남은 17개 샘플에서 문제의 균이 발견될 수도 있기 때문에 더 집중적인 분석을 해야 한다”며 새싹이 감염원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

앞서 린더만 장관은 5일 “환자들을 대상으로 역학 조사를 벌인 초기 조사 결과 함부르크 남쪽 70km 윌첸 지역의 유기농 농장에서 생산된 콩과 채소의 새싹이 감염원인 것처럼 보인다”고 밝혔다. 린더만 장관은 “씨로 수입돼 이 업체에서 생산된 강낭콩 완두콩 녹두 병아리콩 렌즈콩 팥 브로콜리 무 상추 호로파 자주개자리 등 18종의 싹이 의심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 새싹들은 유럽인이 평소 즐기는 샐러드에 많이 사용된다.

문제의 농장은 5일 폐쇄됐고 여기서 생산된 채소, 과일, 꽃, 감자를 포함한 모든 제품은 당국에 회수됐다. 이 농장 여직원 2명이 설사 증세를 보이고 있고 이 중 1명은 EHEC 감염이 확인됐다. 일본에서도 1996년 변종 대장균에 오염된 무싹으로 12명의 사망자와 1만2000여 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이번 사태가 처음 불거졌고 희생자 대부분이 발생한 독일 니더작센 주 당국이 감염원을 처음에 지목했던 스페인 농장의 유기농 오이에서 독일 농장의 콩의 새싹으로 바꿨다가 또다시 주장을 뒤엎어 극도의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 억울하게 뺨맞은 스페인 격분

시간이 지날수록 EHEC 감염원이 독일일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번 사태로 최대 7만 명이 실직한 것으로 추정되는 스페인 정부는 독일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더 커졌다. 스페인은 사태 초기 독일 당국이 스페인산 유기농 오이를 오염원으로 지목함에 따라 유럽 대다수 국가로부터 채소 수입 금지 조치를 당했다. EHEC 오염원으로 지목돼 억울하게 뺨을 맞은 격이 된 남부 안달루시아 농장 관계자들은 “반드시 소송을 통해 피해를 보상받아야 한다”며 분노를 표출했다.

한편 27개 유럽연합(EU) 회원국 관계 장관들이 7일 오후 룩셈부르크에서 긴급 회동해 이번 사태를 논의한다. 회의에는 다시안 시올로스 EU 농업·지방개발 담당 집행위원, 존 달리 보건·소비자정책 담당 집행위원도 참석해 피해 농가 보상금 지급 방안을 본격 논의키로 했다. EU집행위는 6일 “피해를 보상할 수 있는 확고한 조치를 제안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독일 보건당국은 6일 오전 현재 유럽의 EHEC 사망자가 22명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독일 21명, 스웨덴 1명 등 모두 22명이 목숨을 잃었고 12개국에서 2300여 명의 EHEC 환자가 발생했으며 이 중 혈변과 간 손상을 동반하는 치명적 부작용인 용혈성요독증후군(HUS)에 걸린 환자 수는 658명으로 집계됐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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