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한국 뺀 ‘양자 또는 3자회담’ 美에 작년 4월 비밀제안”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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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리크스 기밀공개

중국이 지난해 4월 말 교착 상태에 빠진 6자회담의 돌파구로 미국에 양자회담(미국+북한) 또는 3자회담(미국+북한+중국)을 제안했던 것으로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 국무부 외교전문에서 밝혀졌다. 미국이 6자회담의 틀을 고집할 게 아니라 북한과 대화할 수 있는 ‘비공식 협의체’가 우선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미 국무부는 북한이 지난해 말 단행한 화폐개혁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뒤를 이을 3남 김정은의 권력 승계를 위한 준비작업으로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1일 추가로 공개된 미 국무부 외교전문에 따르면 허야페이(何亞非) 외교부 부부장(차관급)은 지난해 4월 말 미국 측 외교관계자와 만나 “북한은 미국과의 직접적인 접촉을 원하고 있다”며 “북한이 마치 어른(미국)의 관심을 끌기 위해 버릇없는 아이처럼 구는 것도 이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반도 안정을 위해 6자회담의 틀을 유지할 필요는 있다”고 전제한 후 “하지만 6자회담이 앞으로도 한동안 교착상태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6자회담 당사국은 양자회담이든, 3자회담이든 북한과의 접촉을 유지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미국은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이 같은 제안이 6자회담의 틀을 깨자는 것은 아니지만 제안 시점 등을 감안하면 중국의 북한 감싸기 외교를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로 볼 수 있다. 당시는 2008년 8월 6자회담이 중단된 이후 전혀 진척이 없었다. 또 2009년 4월 5일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 지 20일 정도 지난 시점이어서 한반도의 긴장수위가 극에 달했다. 이런 상황에서 그동안 정전(停戰) 당사국인 3국이 모여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대체하자는 북한의 주장을 중국이 그대로 비호한 셈이다.

한편 미 국무부 외교전문에 따르면 북한이 지난해 말 단행한 화폐개혁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뒤를 이을 3남 김정은의 권력 승계를 위한 준비용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러시아 모스크바 주재 미대사관은 데이비드 시어 국무부 동아태담당 부차관보와 스티븐 위크먼 중국 선양 주재 총영사가 지난해 12월 15일 북한의 정통한 소식통을 만나 파악한 최근의 북한 내 정황을 외교전문에서 이같이 보고했다.

이 소식통은 “북한이 화폐개혁을 단행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정치적 반대 세력을 색출하는 것으로, 특히 권력 승계자인 김정은에게 반대하는 내부세력을 찾아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정은이 화폐개혁을 원했기 때문에 이에 반대하는 세력은 자연스럽게 김정은으로의 권력 승계를 반대하는 것으로 분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김정은의 맏형인 김정남은 화폐개혁에 반대했으며 베트남식 개혁을 선호하는 김정은과는 달리 중국식 경제개방 정책을 선호했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김정일 위원장도 화폐개혁을 지지했으며 지난해 2차 핵실험도 권력 승계 계획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진단했다.

외교전문은 소식통의 신분에 대해 북-중 경제관계에 핵심 역할을 담당하는 인사라고 소개했으며 전문에서는 ‘×××’로 표시돼 있다.

지난해 말 화폐개혁 당시 인민폐로 거래하는 상점들에서는 거래가 거의 중단됐으며 TV의 경우 가격이 4000원에서 2만 원까지 치솟는 바람에 무역업자들도 구매를 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그러나 북한 주민들은 이런 상황에 익숙하기 때문에 위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화폐개혁을 광범위한 권력투쟁의 일환으로 보고 있어 이런 혼돈이 몇 년 동안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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