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A본부내 ‘암호 조각품’… 20년 버텨온 비밀 풀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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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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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독 기다리다 지친 조각가, 단서 제공

미국 버지니아 주 랭글리 중앙정보국(CIA)본부에 있는 조각품 ‘크립토스’. 20년이 지나도록 크립토스의 암호가 풀리지 않자 이를 제작한 조각가가 문제를 풀 중요한 실마리를 스스로 공개했다. 사진 출처 뉴욕타임스
미국 버지니아 주 랭글리 중앙정보국(CIA)본부에 있는 조각품 ‘크립토스’. 20년이 지나도록 크립토스의 암호가 풀리지 않자 이를 제작한 조각가가 문제를 풀 중요한 실마리를 스스로 공개했다. 사진 출처 뉴욕타임스
20년간 해독을 허락하지 않은 암호의 비밀이 풀릴 것인가.

미국 버지니아 주 랭글리 미중앙정보국(CIA) 본부 뒤뜰에 있는 대형 구리조각품 ‘크립토스(Kryptos)’는 1990년 설치 이후 전 세계 암호전문가들의 끊임없는 도전에 시달렸다. 그리스어로 ‘숨겨진(hidden)’이라는 뜻의 이 조각품은 조각가 짐 샌본 씨(65)가 전직 CIA 암호전문가로부터 집중훈련을 받은 뒤 4개월에 걸쳐 완성한 작품. 4개의 휘어진 구리판에 새겨진 860여 개의 영문 알파벳에 암호가 숨어 있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댄 브라운의 소설 ‘다빈치 코드’와 ‘로스트 심벌’에도 등장해 일반인까지 그 존재를 알고 있을 정도로 유명해졌다.

그동안 내로라하는 암호전문가들이 달라붙어 노력했지만 완전한 해독은 불가능했다. 현재까지 해독된 부분은 첫 번째부터 세 번째 판에 새겨진 글자뿐. 하지만 네 번째 구리판(97자)은 난공불락이었다. 다른 구리판에 비해 상대적으로 새겨진 글자 수가 적어 일정한 패턴을 연구하는 데 도움이 될 정보가 적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수작업을 포기하고 고성능 컴퓨터까지 동원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해독의 순간을 기다리다 지친 샌본 씨는 마침내 비밀을 푸는 데 기여할 결정적인 실마리를 제공하고 나섰다.

그는 21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마지막 97자 중 64∼69번째 여섯 글자 ‘nypvtt’는 해독하면 ‘베를린(Berlin)’이 된다”고 밝혔다. 샌본 씨는 “나는 암호가 금방 풀릴 것으로 생각했지만 현재까지 네 번째 구리판의 97자 중 두 글자만 제대로 해독됐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그는 암호를 풀었다고 주장하는 수많은 사람으로부터 오는 e메일 전화 편지 등을 상대하느라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이들의 주장은 정답과는 거리가 멀었다는 것이다.

샌본 씨는 “이번 힌트가 중요한 실마리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며 “내 나이가 65세이기 때문에 누군가가 서둘러 암호를 풀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 여성 암호전문가는 “나를 포함한 여러 전문가가 이 실마리가 베를린장벽 3개로 이뤄진 랭글리 내 기념비를 지칭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보도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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