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국계 핵전문가 스티븐 김 ‘간첩 혐의’ 첫 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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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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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정보 제공했는데 간첩법 적용해 인권침해”

13일 오후 2시 미국 워싱턴 연방지방법원 6층 28호 법정. 콜라 코틀리 판사가 들어서자 피고인석에 앉아 있던 미 국무부의 한국계 핵전문가 스티븐 김(한국명 김진우·43·사진) 씨가 일어섰다. 미 국립핵연구소인 로런스 리버모어에서 국무부 분석관으로 파견돼 근무하던 김 씨는 지난해 6월 폭스뉴스 기자와 만나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이 통과되면 북한이 추가 핵실험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정보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법무부에 의해 8월 말 기소됐다. 간첩법(Espionage Act) 위반 혐의를 받고 있으며 이날이 첫 재판이었다.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는 김 씨는 감색 정장에 흰 와이셔츠를 받쳐 입고 있었으며 의외로 여유롭고 담담한 표정이었다.

이날 재판에서 검찰은 기밀정보와 관련된 사안인 만큼 조사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변호인 측은 “철저한 조사 없이 이뤄진 졸속 기소”라고 반박했다. 검찰 측은 “스티븐 김이 국무부에서 사용했던 하드드라이브 3개를 압수해 분석 중”이라며 “기밀정보가 많아 해당 정보기관에 허가를 받는 등 복잡한 절차 때문에 조사에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검찰은 15일까지 지금까지 조사된 증거들을 변호인 측에 공개할 예정이다.

이에 김 씨의 애비 로웰 변호사는 “검찰이 기소 직후 제공하도록 돼 있는 각종 정보를 60일이 넘도록 주지 않은 것은 부실 조사를 증명하는 것”이라며 “제대로 조사도 하지 않은 채 서둘러 기소하면서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로웰 변호사는 “특정 국가를 위해 서류를 건네주거나 정보를 팔아넘긴 것도 아닌데 간첩법을 적용한 것은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규정한 수정헌법 1조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워싱턴포스트의 밥 우드워드 부편집인이 최근 저술한 아프가니스탄전쟁 관련 신간인 ‘오바마의 전쟁’은 상당량의 기밀정보에 바탕을 둔 것”이라면서 “우드워드 부편집인에 협조한 공무원은 조사하지 않고 ‘북한이 유엔 제재에 맞서 추가 도발을 할 수 있다’는 평범한 내용의 기사 때문에 김 씨를 기소한 것은 적법절차나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재판은 1시간 만에 끝났다.

재판이 끝난 뒤 김 씨는 “재판이 종료되기 전까지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힐 수 없는 상황을 이해해 달라”며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다음 재판은 12월 20일 오전 10시 같은 법정에서 열린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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