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르코지 “그날 현장서 곡괭이로 장벽 직접 허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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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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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소회 담은 글-사진 페이스북 블로그에 올려
오바마 기념식불참 논란

세계 각국 지도자들이 9일 베를린 장벽 붕괴 20주년을 맞아 역사적인 사건에 대한 회고를 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아 논란을 빚었다.

○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열광 속에 밤은 흘러갔다. 그것(장벽 붕괴)은 유럽에서 냉전이 끝나고 위대한 자유의 시대가 시작됐음을 예고하는 사건이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8일 베를린 장벽 붕괴 당시를 회고하는 사진과 글을 인터넷 인맥관리 사이트인 ‘페이스북’ 개인 블로그에 올렸다. 또 20년 전 소회를 담은 글과 사진을 올렸다. 당시 34세의 하원의원이었던 사르코지 대통령은 ‘변화가 시작됐다’는 베를린발(發) 뉴스를 접한 직후 알랭 쥐페 등 동료 정치인들과 함께 독일의 브란덴부르크 문으로 달려갔다고 한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역사적인 현장을 목격하기 위해 파리를 출발해 동베를린 찰리검문소로 향했다. 그리고 곡괭이로 장벽을 직접 허물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우리 주변에 수많은 이산가족이 몰려들고 있었다. 수십 년간 헤어져 있었던 이들은 기쁨과 희망의 감정을 우리와 나눴다”고 전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이름이 공개되지 않은 다른 인물과 함께 서서 장벽을 허물고 있는 장면을 담은 사진을 함께 소개했다.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

“동독 주민들의 따뜻함과 친절함을 잊을 수 없습니다. 그 시절이 그립습니다.”

푸틴 총리는 8일 러시아 NTV와의 회견에서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전까지 동독 드레스덴에서 5년간 옛 소련 비밀경찰(KGB) 요원으로 근무하던 시절에 대한 향수를 드러냈다. 그가 동독에 부임한 것은 1985년. 소련에서는 페레스트로이카(개혁)가 시작돼 사회변동이 일어나던 시기였다. 푸틴 총리는 “당시 동독에서 어떤 변화도 없이 20년 전 소비에트 시스템 그대로 살고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벽이 무너진 직후 상황은 달라졌다. 성난 시위대가 드레스덴 국가안보국 건물까지 들이닥쳤다. 푸틴 총리도 군중을 막는 역할을 해야 했다. 유창한 독일어 실력을 자랑하는 그는 “당시 군중에게 KGB 요원임을 밝히지 못해 ‘통역’이라고 해야 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독일의 분단은 부자연스러운 것이었다”며 “현대 세계에서 사람들을 그런 식(장벽을 세우는 식)으로 잡아둔다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 오바마 미국 대통령

장벽 붕괴 20주년 기념식에 오바마 대통령이 불참한 것에 대해 미국의 폭스뉴스는 “미국이 영감을 준 민주주의의 빛나는 승리를 무시한 것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장벽 붕괴에 커다란 역할을 한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업적을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백악관은 대통령이 11일부터 시작되는 아시아 순방 일정으로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폭스뉴스는 “바쁘다는 대통령이 2016년 올림픽을 시카고에 유치하겠다며 지난달 코펜하겐을 방문했으며, 다음 달에는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기 위해 오슬로 방문 일정을 계획하고 있다”고 비꼬았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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