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상원 재무위 ‘국민 94%까지 건보 확대’ 법안 통과

  • 입력 2009년 10월 15일 02시 58분


코멘트
미 의회 상원 재무위원장 맥스 보커스 민주당 의원(왼쪽)이 13일 공화당 오린 해치 상원의원이 지켜보는 가운데 건강보험 개혁법안에 찬성표를 던진 공화당 올림피아 스노 의원(오른쪽)과 악수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미 의회 상원 재무위원장 맥스 보커스 민주당 의원(왼쪽)이 13일 공화당 오린 해치 상원의원이 지켜보는 가운데 건강보험 개혁법안에 찬성표를 던진 공화당 올림피아 스노 의원(오른쪽)과 악수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오바마 “의료개혁 이정표”
상-하원 단일안 마련 착수

미국 상원 재무위원회는 14일 보건의료 개혁을 위한 상임위원회의 안(案)에 대한 표결을 실시해 찬성 14, 반대 9로 가결했다.

표결 결과 공화당 소속인 메인 주 출신의 3선 여성 의원 올림피아 스노 의원이 찬성해 민주당 의석(13석)보다 한 표가 더 많은 14표의 찬성표가 나왔다. 이로써 미국 의회는 상원 2개 상임위, 하원 3개 상임위가 내놓은 5개 안을 모두 통과시켰다. 상원과 하원은 각각 본회의를 열고 단일안을 만들기 위한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한다.

이날 재무위를 통과한 법안은 재무위원장인 민주당 맥스 보커스 의원 주도로 마련된 것으로, 향후 10년간 정부가 8290억 달러의 재정 지원을 통해 건강보험 수혜대상을 국민의 94%까지로 끌어올리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하지만 ‘보커스 안’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의 진보성향 의원들이 입법화를 주장해 온 공영보험제도를 도입해 민간 보험회사와의 경쟁을 유도함으로써 보험료를 낮추는 방안은 포함되지 않았다. 상임위는 대안으로 피보험자가 주체가 되는 비영리조합 형태를 제시했다.

미국 언론은 오바마 대통령이 다섯번째 상임위원회 표결 만에 처음으로 공화당 의원의 찬성표를 얻었다는 점에서 ‘정치적 승리’라고 평가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중대한 이정표(milestone)에 도달했다”며 “우리는 어느 때보다 보건의료 개혁 성사에 성큼 다가섰다”며 고무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아직 우리는 개혁의 완성에 도달한 것은 아니다”라며 “서로의 등을 두드리며 자축할 때가 아니라 최종 목표 달성을 위해 더욱 진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보건의료 개혁은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험난하다. 공화당은 오바마 대통령의 개혁이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세금을 증가시킬 것이며 연방정부의 개입을 지나치게 강화하려는 시도라며 결사반대를 외치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도 보수성향의 의원 등은 연방정부 재정지원의 감축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반면 리버럴 성향이 강한 진보진영에서는 공영보험제도 도입은 양보할 수 없는 요소라고 주장하고 있다.

초기에 오바마 대통령의 보건의료 개혁을 지지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던 보험업계도 본격적인 저항에 나서고 있다. 1300여 개 건강보험업계의 연합 로비단체인 미국건강보험계획(AHIP)은 14일부터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인 광고 공세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를 두고 워싱턴포스트는 “오바마 대통령이 마침내 적(敵)과 대면하게 됐다”고 썼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 ‘소신파 스노’… 공화당론과 달리 찬성표 던져 ▼

공화당 소속의 올림피아 스노 의원은 올 초 7870억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법안 처리 때와 조지 W 부시 행정부 당시 낙태와 줄기세포 연구, 감세(減稅) 문제를 놓고서도 공화당 당론과 다른 의견을 낸 인물이다.

그는 이번에도 표결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현상을 유지하려는 접근법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것”이라면서 민주당 손을 들어줬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상원 재무위 표결 직전에 특별히 스노 의원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가 본회의에서도 찬성표를 던지면 민주당은 야당의 의사진행방해(필리버스터)를 받지 않고 법안을 무난하게 처리할 수 있다. 하지만 스노 의원은 투표 직후 “내일은 어떤 식으로 투표할지 예단하는 것은 곤란하다”면서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