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해지는 ‘오바마의 입’

  • 입력 2009년 9월 8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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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허니문 기간 끝나자 기브스 대변인 짜증 늘어

미국 남부 앨라배마 출신인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39·사진)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왼팔로 비유되는 인물. ‘최고전략가’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데이비드 액설로드 백악관 선임고문과 함께 지난해 ‘선거혁명’의 1등 공신 반열에 오른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실세 대변인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오바마 대통령 당선 직후 측근참모들을 소개하는 특별기사에서 “2004년 상원의원 선거 시절부터 오바마를 대변해 왔던 그는 오바마 대통령의 마음을 가장 잘 아는 복심(腹心)”이라고 소개했다.

기브스 대변인의 트레이드마크는 알 듯 모를 듯 흘리는 묘한 웃음과 약간의 남부 사투리다. 매일 오전 4시 반에 일어나 미국의 현안은 물론 세계의 주요 뉴스를 소화한 뒤 백악관 브리핑룸에 서서 기자들과 입씨름을 벌이지만 어지간해서는 평정심을 잃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논쟁과 냉소적인 농담을 던지는 것을 즐기지만 적어도 공개석상에서 얼굴을 붉히는 일은 거의 없다는 것. 지난해 8월 전당대회 직전 조 바이든 당시 상원의원의 부통령 후보 지명을 부인에게도 귀띔하지 않았을 정도로 무거운 입을 가진 것으로도 유명하다.

물론 그의 여유는 지난해 대통령 선거 기간은 물론 최근까지 미국 언론들이 보여준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지지에 힘입은 바 크다는 분석도 있다. ABC, NBC, CBS 등 지상파 3사와 CNN, MSNBC 등 주요 케이블 채널은 사실상 공개적으로 오바마 대통령 지지 선언을 했고, 공화당 대선후보였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물론 민주당 경선에서 패했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도 언론의 형평성을 지적했을 정도.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과 언론의 허니문 기간이 끝나고 건강보험 개혁, 이민법 개혁 등 사회적으로 민감한 현안들에 대한 논란이 커지면서 기브스 대변인이 얼굴을 찌푸리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특히 생방송이 끝난 뒤 기자들과 선 채로 나누는 대화 중 기브스 대변인이 종종 짜증 섞인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 백악관 출입기자들의 전언이다.

기자들의 불만도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마감시간에 임박해 전화를 잘 받지 않는 것은 물론 다시 전화해 달라는 부탁도 무시당하기 일쑤라는 것. 친소관계도 확실해 친분이 깊은 기자만 잘 대해주는 등 정실에 치우친 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잔잔한 음성에 부드러운 미소를 보이지만 내면에는 한번 물면 절대 놓아주지 않는 맹견의 본능이 숨어 있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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