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性 문턱’ 넘었다…美대학 기숙사 남녀 혼성룸 확산

  • 입력 2008년 4월 4일 03시 00분


미국 클라크대 기숙사에서 같은 방을 쓰고 있는 제이슨 카미나니 씨(뒤)와 야엘 바살 씨가 자신들의 ‘혼성 룸’을 공개했다. 사진 출처 보스턴글로브
미국 클라크대 기숙사에서 같은 방을 쓰고 있는 제이슨 카미나니 씨(뒤)와 야엘 바살 씨가 자신들의 ‘혼성 룸’을 공개했다. 사진 출처 보스턴글로브
미국 뉴욕에서 1969년 열린 록 페스티벌 ‘우드스톡’은 반전 평화 진보의 상징이었다.

대학에서 남녀 학생이 같은 기숙사 건물을 쓰게 된 것도 이 무렵부터였다. 잡지 라이프는 이를 ‘대학가의 내밀한 혁명’이라고 평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미 대학 기숙사엔 시대상을 반영하는 새로운 변화가 일고 있다.

미국 일간지 보스턴글로브는 미국 내 대학 30여 곳이 남녀가 기숙사 방을 함께 쓰는 ‘혼성 룸’을 허용하고 있다고 2일 보도했다.

▽혼성 룸 확산은 성 정체성 변화의 산물=2년 전만 해도 혼성 룸 허용은 진보적 색채가 강한 햄프셔, 웨슬리언, 오벌린대 등 소수 대학에 국한됐다. 동성애자의 인권을 옹호하는 운동권 학생들의 요청에 따른 조치였다.

그러나 최근엔 혼성 룸을 허용하는 대학이 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명문 대학인 다트머스대와 클라크대는 지난해 가을 혼성 룸을 도입했다. 브라운대와 브랜디스대, 펜실베이니아대 등도 비슷한 시기에 혼성 룸을 허용했다. 뉴욕대와 하버드대, 스탠퍼드대 학생들은 현재 혼성 룸 기숙사를 요구하고 있다.

혼성 룸 지지자들은 이러한 변화를 동성애자와 성전환자들의 인권을 위한 중대한 진전이라고 평가한다. 성 정체성이 변화하는 시대에 옛날처럼 학생들을 생물학적인 남녀로만 나누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라는 주장이다.

현재 30명의 학생이 혼성 룸을 사용하고 있는 클라크대의 데니스 대리그랜드 학생처장은 “혼성 룸은 전국 캠퍼스로 확산되고 있는 중”이라며 “성에 대한 정의가 바뀌고 있는 시대의 변화를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혼성 룸 확대…문란한 성생활 우려도=혼성 룸을 허용하는 대학들은 이용 대상을 고학년으로 제한하고 사전에 부모와의 상담을 거치도록 요구하고 있다. 또 혼성 룸을 허용한 대학들 중 일부는 이성 룸메이트 간의 ‘사랑’을 권장하지 않는다고 밝혔으나 일부는 “이는 학생들이 알아서 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혼성 룸 기숙사 확대가 음란 행위의 증가라는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브루스 라이트먼 터프츠대 학생처장은 “학생들을 사랑싸움에 휘말리게 하고 불필요한 불화를 일으킬 뿐”이라고 말했다. 이 학교 학생들은 혼성 룸을 요구하고 있지만 학교 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막상 혼성 룸을 쓰고 있는 학생들의 반응은 무덤덤하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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