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美경제… 썰렁한 쇼핑몰, 봄 특수 실종

  • 입력 2008년 3월 29일 02시 59분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북쪽으로 20k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뉴저지 주의 파라무스. 백화점부터 가구점까지 각종 쇼핑시설이 몰려 있는 이곳은 ‘백화점 타운’으로도 불린다. 뉴저지 주는 물론 뉴욕에서도 쇼핑객들이 몰려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26일 오후 기자가 찾은 파라무스 쇼핑몰은 경기 둔화로 활기를 잃은 미국 경제의 현주소나 다름없었다. 평소 차량으로 붐비던 주차장은 5분의 1도 차지 않았고 쇼핑몰 안은 더욱 썰렁했다. 쇼핑객보다 물건을 팔려는 직원들이 더 많이 눈에 띄었다.

○ 주차장 5분의 1도 차지 않아

파라무스 쇼핑몰에서 8년째 향수를 팔고 있는 세키르 씨는 “지난해와 비교하면 매출이 30% 이상 줄었다. 최악의 경기다. 매달 내야 할 집 월세 등 돈이 들어갈 곳은 많은데…”라며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파라무스를 중심으로 17번, 4번 도로를 따라 이어져 있는 상권은 연간 매출액 40억 달러(약 4조 원)로 뉴저지 최대 규모. 중산층이 주변에 많아 경기 침체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지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도 소비 침체의 직격탄을 피해가지는 못했다.

파라무스 홈디포 매장. 주택 및 건축자재 유통업체인 이곳은 매년 봄이 되면 정원관리 수요가 늘어 매장이 붐비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이날 매장에선 그런 분주함을 찾기 어려웠다.

최근 주택경기 침체로 미국인들이 주택 관리나 개보수에 돈을 덜 쓰기 때문이다. 거대한 창고형 매장에 손님이 거의 없다 보니 을씨년스러운 느낌마저 들었다. 홈디포는 1월 기준으로 동일 매장 매출이 1년 전 대비 10.8% 하락했다.

○ 일부 매장에선 가격 흥정도

이처럼 경기가 좋지 않다 보니 유통업체들은 파격적인 할인을 통해 손님들을 끌어들이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파라무스 쇼핑몰에 있는 대부분의 백화점에선 ‘오늘 백화점카드를 만들면 즉석에서 15%를 더 깎아줍니다’ ‘재고 정리, 40∼60% 인하’ 등의 안내 문구가 곳곳에서 보였다.

17번 도로에 있는 서킷시티 매장. 전자제품 전문 판매 체인망으로는 미국 시장점유율 2위 업체다.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2년 무이자’ ‘2010년까지 무이자 할부 판매’ 등을 적어놓은 안내판이 보였다.

손님을 끌기 위해 최저가 판매 보장도 내세웠다. 물건을 구입한 뒤 60일 안에 구입 가격보다 싼 가격을 다른 곳에서 발견하면 차액의 10%까지 보상하는 방안이다. 대형 매장이었지만 이날 쇼핑객은 모두 10명 미만이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경기가 악화되면서 미국 대형 유통시장에선 사라졌던 ‘가격 흥정’도 등장했다고 보도했다.

○ 식당도 안 가고, 학원도 끊고

지난달 초 방문한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 리틀하바나에 있는 한 쿠바음식점. 점심시간인데도 식당은 사실상 텅 비어 있었다.

식당 주인 세르히오 케셰 씨는 “요즘 플로리다는 주택시장이 냉각되면서 경기가 말이 아니다”라며 “일자리를 잃은 쿠바계 미국인이 너무 많아서 요즘 식당을 운영하기가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마이애미 한인회에 따르면 최근 플로리다 일대에서 한국인 태권도 사범이 운영하는 태권도장의 40%가 문을 닫을 만큼 현지 경기는 최악이라고 한다.

주택경기 하락폭이 큰 캘리포니아 주도 마찬가지. 로스앤젤레스에서 청바지 제조업을 하고 있는 알렉스 장 블루제이드 사장은 “청바지나 티셔츠는 그래도 나은 편”이라며 “니트류 등 패션의류 제조업종은 올해 매출이 지난해보다 40% 이상 하락했다”고 전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로스앤젤레스 일대에선 커피 한 잔에 3달러 안팎인 스타벅스에 손님이 크게 줄고 한 잔에 1달러가 약간 넘는 던킨도너츠 커피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장 사장은 전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