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7년째 아프간 “양귀비밭과도 싸운다”

  • 입력 2008년 3월 15일 02시 50분


2001년 10월 7일 ‘항구적 자유 작전’이라는 이름으로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공격을 개시한 이후 미국은 7년 동안 아프간에 1259억 달러(약 125조 원)의 막대한 전비를 투입했다. 미군 사망자만 적어도 418명에 이르는 등 인명 피해도 감수했다.

하지만 아프간의 치안과 경제는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아편 생산은 걷잡을 수 없이 늘었고, 테러도 심각한 수준이다.

▽아편 생산이 경제의 절반=유엔마약범죄사무국(UNODC)이 10일 발표한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아프간의 아편 생산량은 8200t으로 전 세계 생산량의 93%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탈레반이 아프간을 통치하던 2000년 3276t에 비해 2.5배가량 증가한 것이고, 미국의 공격으로 아편 생산이 급감한 2001년 185t에 비하면 44배나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아프간의 아편 생산액은 40억 달러로 국내총생산(GDP) 75억 달러의 53%를 차지했다.

아편 생산이 증가한 원인에 대해 뉴스위크는 “탈레반은 아편 생산자와 상인들에게 세금을 부과하면서 아편 생산을 통제했는데, 현 아프간 정부는 아편 생산을 막기에는 너무 취약하다”고 설명했다.

미 국무부는 지난달 29일 발표한 국제마약통제전략보고서(INCSR)에서 “탈레반은 정부의 단속으로부터 아편 생산자와 거래상을 보호해주는 대신 수익의 일부를 받아 챙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힘이 없는 아프간 정부는 아편을 통제하지 못하고, 아편 수익은 탈레반을 강화시켜 아프간 정부를 더욱 취약하게 만드는 악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아프간의 양귀비(아편의 원료) 밭은 아프간에 대한 미국의 경제 지원 정책이 실패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끊이지 않는 테러와 폭력=유엔은 지난해 아프간에서 일어난 자살테러 공격은 160건으로 2006년 123건보다 37건 늘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10일 공개했다. 각종 테러로 지난해 아프간에서는 800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중 1500여 명은 민간인이었다.

지난달 17일 칸다하르에서 발생한 자살폭탄 테러로 80명이 숨지는 등 올해 들어서도 테러와 폭력 행위는 계속되고 있다.

미국 주도의 연합군은 아프간의 군대와 경찰을 육성해 치안을 개선하려 하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미국 국가정보위원회(NIC)는 현 아프간 정부의 통치력은 국토의 30%에만 미치고 있으며, 10%는 탈레반, 나머지 60%는 지역 군벌 세력이 장악했다고 분석했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 소속으로 아프간의 치안 상황을 점검한 존 시프턴 변호사는 “치안 불안 때문에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조차 자신의 고향인 칸다하르를 방문할 수 없을 정도”라고 뉴스위크에 전했다. 이에 미국 정부는 아프간에서 아편 생산을 근절하고, 더 많은 군 병력을 투입해 치안을 확보하자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에게 호소하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11일 “NATO 회원국들은 아프간의 자유를 향한 길에 더 많은 지원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은 조만간 해병대 3200명을 아프간에 추가 파병할 예정이다.

하지만 동맹국들의 반응은 신통치 않다. 미국은 지난달 초 공중에서 화학약품을 대량 살포해 양귀비를 제거하자고 제안했지만, 영국을 비롯한 유럽국들은 “이 방법으로는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며 반대했다. 아프간 정부는 양귀비를 재배하지 못하게 하면 수입이 끊긴 농민들이 탈레반에 가세할까 봐 미국의 제안을 거절하고 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