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해 섬에 ‘노아의 방주’ 띄웠다

  • 입력 2008년 2월 26일 03시 01분


세계 곡물다양성위원회가 최근 공개한 ‘스발바르 국제 종자 저장고’의 입구. 북극해의 노르웨이령 스발바르 섬에 위치한 이 저장고는 지구 대재앙에 대비해 전 세계 식물 종자를 보관한다. 스발바르=AFP 연합뉴스
세계 곡물다양성위원회가 최근 공개한 ‘스발바르 국제 종자 저장고’의 입구. 북극해의 노르웨이령 스발바르 섬에 위치한 이 저장고는 지구 대재앙에 대비해 전 세계 식물 종자를 보관한다. 스발바르=AFP 연합뉴스
지구에 대재앙이 닥칠 경우 식물 종자를 보존해 훗날 식량 공급의 원천이 될 ‘노아의 방주’가 26일 문을 연다.

AFP통신은 지구상의 주요 식물 종자를 저장하는 ‘운명의 날 저장고(Doomsday Vault)’ 개막식이 26일 노르웨이 스발바르 섬에서 조제 바호주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옌스 스톨텐베르그 노르웨이 총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다고 24일 전했다.

북극점에서 1000km 떨어진 북극해의 스발바르 섬에 만들어진 저장고에는 개막일까지 25만 종의 샘플이 저장된 상태지만 장기적으론 지구상의 주요 작물 대부분인 450만 종의 종자 샘플이 보관될 예정이다. 운석 충돌 등 대멸종으로 대부분의 식물 종이 사라질 경우 이를 다시 소생시킬 귀중한 자원의 창고가 마련된 것.

저장고 프로젝트를 추진한 세계 곡물다양성위원회(GCDT)의 캐리 파울러 사무국장은 “운명의 날 저장고는 현존하는 농작물 종자의 두 배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라며 “밀 보리 콩 등의 작물은 1만 년까지 저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발바르 섬 저장고의 소유 및 관리 권한은 600만 유로(약 84억 원)를 투자한 노르웨이 정부가 갖는다. 그러나 종자의 소유권은 이곳에 종자를 제공한 국가가 가지며 원산지 국가의 허가 없이는 무단으로 종자를 반출할 수 없다.

스발바르 섬 지하 130m에 위치한 저장고는 27×10m 규모의 방 3개로 이뤄졌다. 밀 귀리 등 곡물 종자들은 영하 18도 이하의 온도에서 보관된다. 냉동장치가 고장 나더라도 영구 동토층인 이곳의 온도는 영하 3.5도 이상으로는 올라가지 않아 천혜의 저장고인 셈.

21일 발생했던 노르웨이 역사상 가장 강력한 리히터 규모 6.2의 지진에도 이 저장고는 끄떡없었다. 핵미사일 공격이나 비행기 충돌에도 버틸 수 있게 설계됐다.

테러와 폭동으로 어수선한 파키스탄과 케냐를 비롯해 대부분의 국가가 이곳에 종자를 보냈다. 페루는 수천 종의 감자 종자와 3만 종 이상의 식물 종자를 이곳에 보낼 예정이다. 필리핀에 위치한 아시아 최대의 국제농업연구 기관 국제쌀연구기구(IRRI)도 세계 120여 개국이 맡긴 7만여 종의 다양한 쌀 종자를 이곳에 보내 보관할 계획이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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