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마저 꿈틀 美경제 설상가상

  • 입력 2007년 12월 17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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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소비자물가지수 2년만에 최고치

신용경색속 추가 금리인하 여지 줄어

주택경기가 하강하면서 경기침체 가능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미국 경제가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라는 복병을 만났다.

미 노동부가 14일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휘발유 가격 급등 등의 영향으로 전달에 비해 0.8% 올랐다. 이는 허리케인 카트리나 피해로 멕시코 만 일대의 주요 정유시설이 큰 피해를 보았던 2005년 9월 이후 2년여 만의 최고치다.

11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서도 4.3%나 상승했다.

13일 발표된 11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34년 만에 가장 큰 폭인 3.2%의 상승률을 나타낸 데 이어 소비자물가도 큰 폭으로 오름에 따라 인플레이션 우려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소비자물가가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이는 것은 11월 에너지 가격이 1년 전에 비해 9.3% 폭등했기 때문이다. 국제 유가 상승분이 휘발유 가격 상승으로 전이된 것이다.

요즘 미국에선 어디를 가도 휘발유를 3.78L(1갤런)당 3달러 이하로 파는 주유소를 찾아보기가 어려울 정도로 휘발유 가격이 올랐다. 미국은 휘발유에 붙은 세금이 적어서 휘발유 가격이 다른 나라에 비해 여전히 싸지만 평균 자동차 운행거리가 훨씬 길기 때문에 휘발유 가격 상승은 소비자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그동안 월가의 투자가들은 미국 경기 하강세에만 관심을 뒀을 뿐 인플레이션에 대해선 그다지 주목하지 않아 왔다. 그러나 1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줄곧 인플레이션을 우려해 왔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경고가 기우가 아니었음을 보여 준다.

특히 부동산시장 침체에 따른 모기지 부실과 신용경색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커지고 있는 인플레이션 우려는 정책 당국의 운신의 폭을 좁힐 것으로 예상된다.

앨런 그린스펀 전 FRB 의장은 14일 소비자물가지수 발표 후 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금의 통화정책 환경이 내가 경험했던 어느 때보다 훨씬 어렵다. 지금은 인플레이션 우려 때문에 2001년 주식시장 붕괴 당시와는 달리 금리를 인하할 여지가 줄었다”고 말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신용경색이 계속되면서 투자가들은 그동안 FRB에 좀 더 과감한 금리인하를 주문해 왔다. 그러나 물가상승 압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중앙은행이 선뜻 금리인하 카드를 선택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경기가 침체에 빠지는 상황에서 물가는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까지 제기하고 있다.

14일 뉴욕증시는 인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되면서 다우존스산업지수가 178포인트(1.32%) 하락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국제 쌀값 20년만에 최고

공급 부족탓… 헤지펀드 대거 투자 추가상승 예고▼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이 주식으로 먹는 쌀의 가격이 20년 만에 최고치로 올랐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5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14일 거래된 쌀 선물가격은 45.4kg(100파운드)당 13.125달러로 1년 전에 비해 33%가량 올랐다. 이는 역대 최고치인 1988년 1월의 13.40달러에 근접한 수준이다.

쌀값 상승은 생산이 수요 증가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2000년 이후 세계 쌀 소비는 7.5% 증가한 반면 생산은 5.4% 늘어나는 데 그쳤다. 여기에 태국 베트남 인도 등 주요 쌀 수출국들은 늘어나는 국내 수요 때문에 잇달아 수출제한 조치를 취했다.

세계 4위의 쌀 수출국인 미국에서는 대체 연료인 에탄올 생산에 활용되고 있는 옥수수 재배 면적이 늘어나면서 쌀 재배 면적이 줄고 있다.

쌀값이 급등하면서 헤지펀드들까지도 최근에는 대거 쌀 투자에 나서고 있어 추가 상승을 예고하고 있다. 국제 유가도 헤지펀드 자금이 유입되면서 추가로 상승한 바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가난한 국가들의 많은 소비자가 여전히 쌀에 의존하고 있어 쌀 부족 사태가 발생하면 이들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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