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력진압 속 확산되는 미얀마 반정부시위

  • 입력 2007년 9월 26일 18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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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의 군사 독재 정권이 민주화 시위 9일째인 26일 강제진압에 나서 정정이 혼미를 거듭하고 있다.

승려들의 주도로 촉발된 미얀마 민주화 시위는 일반 시민들의 참여가 늘고 국제사회도 적극 지지하고 나서는 등 1988년 이래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군사정부는 수도 양곤 시내에 군을 투입하고 야간통행금지와 5인 이상 집회 금지령을 내리면서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일촉즉발 상황 = 미얀마 군부는 26일 옛 수도인 양곤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700여 명의 승려와 학생들을 해산시키기 위해 무장한 군과 경찰 병력을 투입했다. 군과 경찰은 최루탄과 공포탄을 쏘았고, 곤봉을 휘두르며 시위대 진압을 시도했다.

군경은 시위가 시작된 양곤의 불교 성지 '쉐다곤 파고다' 주변을 봉쇄하고 시위 주도자 10여 명을 체포했다. 시위 진압 과정에서 승려 30명과 시민 50여 명이 구타당한 뒤 어디론가 끌려갔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시위대를 지지한 반정부 성향의 정치인 윈 나잉과 유명 연예인 자가나 씨도 잇따라 체포됐다.

군부는 이날 미얀마의 옛 수도인 양곤과 제 2도시인 만달레이에 야간 통행금지령을 내렸다. 야간 통행금지는 오후 9시부터 이튿날 오전 5시까지로 60일간 계속된다. 또 공공장소에서 5명 이상이 모이는 것도 금지됐다. 하지만 시위대는 집회금지령과 통금 등을 거부하고 있어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 시위는 정부가 지난달 예고 없이 단행한 유가 보조금 철폐조치가 도화선이 됐다. 보조금 철폐는 휘발유 값 폭등으로 이어졌고, 이는 경제난 악화에 신음하던 시민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다. 군부의 언론 탄압과 인권유린에 숨죽이고 있던 민심의 폭발에 기름을 붓는 격이었다.

24일에는 승려 3만 5000 명 등 10만 명 이상이 시위에 참가했다. 12년째 가택연금 상태인 야당 민족민주연맹(NLD)의 지도자 아웅산 수치 여사도 눈물로 이들에게 경의를 표시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국제사회 "유혈진압 안된다" = 미얀마 군부가 신속히 시위를 진압하지 못하는 데는 국제사회의 압력이 작용하고 있다. 특히 미얀마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이 내년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불상사'가 없어야 한다는 뜻을 미얀마에 전달한 것이 큰 요인이라고 외신들은 분석하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25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미국인들은 버마(미얀마) 군사정부의 폭정에 분노한다"며 대(對) 미얀마 경제제재 및 독재 정권 관련 인사들에 대한 비자 발급 불허 방침을 밝혔다.

유럽연합(EU)과 독일 등 각국 정부도 "평화적인 시위를 무력으로 진압할 경우 군정에 대한 경제제재를 강화하겠다"고 경고했다.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지원방안을 찾기 위해 미얀마의 반정부 인사들과 만나겠다는 뜻을 밝혔고, 데이비드 밀리밴드 영국 외무장관은 "총선에서 압승했던 아웅산 수치 여사가 미얀마를 통치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놨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티베트의 종교지도자인 달라이 라마, 국제위기감시기구(ICG) 등 도 성명을 통해 미얀마 시위를 지지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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