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증시 훈풍, 한국에도 불까

  • 입력 2007년 9월 2일 16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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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약속이라도 한 듯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에 따른 금융위기 우려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뜻을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 주말 미국과 유럽 증시는 일제히 상승했다. 한국 증시에도 일단 희망적인 메시지라는 평가다.

●부시와 버냉키 연설의 효과

버냉키 의장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중앙은행 연례 심포지엄 기조연설에서 "FRB는 경제상황을 점검하고, 금융시장 혼란이 야기할 수 있는 부정적인 영향을 제한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잘못된 투자까지는 보호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유동성을 공급하고 시장의 정상적인 작동을 돕기 위한 추가 조치도 마련돼 있다"고 말해 금리 인상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부시 대통령도 백악관 연설에서 "연방주택관리국(FHA)을 통한 모기지 상환 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혀 증시에 힘을 실어줬다. 부시 대통령은 모기지 보험 프로그램을 대폭 확장해 서브프라임 모기지 상환이 어려워진 서민 주택 보유자들에게 회생 기회를 준다는 대책을 발표했다.

미국과 유럽 증시는 두 사람의 발언에 즉각 반응했다. 이날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산업지수는 전날보다 119.01포인트(0.90%) 상승한 13,357.74에 거래를 마쳤고 나스닥 지수는 31.06포인트(1.21%) 오른 2,596.36이었다.

영국과 독일 주가도 각각 1.47%와 1.57% 상승했고 프랑스 주가는 1.25% 올랐다.

●한국 증시에도 긍정적, 그러나 섣부른 낙관은 금물

전문가들은 이런 미국과 유럽의 분위기가 한국 증시에도 일단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삼성증권 오현석 투자전략파트장은 "버냉키 의장의 연설은 원론적인 이야기에 그쳤지만 미국 시장이 긍정적으로 반응했다는데 주목해야 한다"며 "문제가 확산되면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버냉키 의장의 의지가 불확실성을 해소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투자유망 업종으로 철강, 기계, 보험, 조선 등을 꼽았다.

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18일에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미국 중앙은행의 태도가 금리 인하를 바라는 시장의 요구 쪽으로 가까워지는 것 같다"며 "한국 증시가 조정 받았던 이유를 미국 금융 불안이라는 외부 요인에서 찾는다면 이번 연설로 외부 악재는 많이 줄어든 셈"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나친 낙관론은 금물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신영증권 이승우 연구원은 "미국 중앙은행의 확실한 대응이 나오기 전까지는 금융시장의 불안심리가 시장에 잠복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한국 증시가 회복세에 있지만 코스피지수 1,900~2,000 정도라면 해외 증시에 비해 저평가 메리트는 없다"며 "기업실적 개선 등 긍정적인 요인이 없다면 가파른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뉴욕=공종식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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