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아이비리그 커튼 들춰보니…

  • 입력 2006년 8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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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학 입학원서 준비 작업이 가을부터 본격 시작된다. 이를 앞두고 미 유력 시사주간지인 뉴스위크와 타임 최신호가 대학 특집 기사를 쏟아냈다. 하버드대 같은 최고 명문 대학의 명암(明暗)은 물론 지명도보다는 내실을 중시하는 대학 선택의 새로운 기준도 소개했다. 미 전역의 25개 명문을 일컫는 ‘뉴 아이비스(New Ivies·신아이비리그)’가 그 실례다.》

▼“성적 신경안쓴다”▼

“거액 기부자이거나 사회 명사의 자녀일 경우 1600점을 만점 기준으로 대학수학능력평가시험(SAT)에서 300점 정도의 가산 점을 받곤 했다.”

2004년 명문 대학들의 특혜 입학 사례를 파헤쳐 퓰리처상을 수상한 월스트리트저널 대니얼 골든 기자의 주장이다. 300점은 입학의 당락을 결정할 수 있는 상당한 비중의 점수.

그는 타임(21일자)과의 인터뷰에서 “대표적인 명문 대학 학생들 가운데 특혜가 없다면 입학하지 못했을 학생이 전체의 3분의 1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대학들은 신입생을 뽑을 때 SAT 점수와 함께 인성, 리더십, 봉사활동 등 다양한 항목을 고려하지만 대부분 학교 성적 다음으로 SAT 점수를 중시하는 편. 하지만 만점에 가까운 1500점대의 고득점 응시자 중에도 아이비리그에 탈락하는 경우가 수두룩하다는 것.

골든 기자는 “대학들은 수많은 지원자를 받기 위해 마케팅을 하지만 지원자 가운데 대부분은 부유층 자녀들을 위해 탈락시켜 버린다”고 미국 대학의 ‘귀족주의’ 실태를 폭로했다.

그는 프린스턴대에 합격한 빌 프리스트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의 큰아들을 예로 들었다. 프리스트 원내대표도 프린스턴대 출신. 프리스트 원내대표의 막내아들 역시 이번 가을 학기에 프린스턴대에 입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안 기자 credo@donga.com

▼“간판 신경안쓴다”▼

“하버드대와 데이비슨대에 동시에 합격했다면?

대부분은 하버드대를 선택하겠지만 제임스 산체스(21) 씨는 노스캐롤라이나 주에 있는 데이비슨대를 선택했다.

3년 전 일이다. 작은 대학에서 집중적인 교육을 받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타임은 하버드대 같은 명문대에 합격하고도 ‘작지만 강한 대학’을 선택하는 학생이 늘고 있다고 최신호에서 소개했다.

애슐리 루퍼스(19) 씨도 하버드대 대기자 명단에 올랐지만 미주리 주에 있는 트루먼주립대를 선택했다. 장학금 혜택이 많을 뿐 아니라 이 학교 졸업생의 의대 진학률이 높다는 점을 눈여겨보았기 때문이다.

이들의 선택은 다분히 전략적이다.

장학금 혜택도 많고 강의가 충실한 작은 대학에서 학부만 마친 뒤 전국적인 지명도가 있는 대학원이나 의대에 진학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들이 선택하는 ‘작지만 강한 대학’들의 명문대 대학원이나 의대 합격률은 웬만한 아이비리그 대학 못지않다. 뉴스위크 역시 미시간대, 뉴욕대,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 등 학업 성취도나 교육의 질 면에서 최고 수준인 25개 신흥 명문대가 각광받고 있다고 전하면서 이들을 ‘뉴 아이비스’로 소개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후광은 신경쓰이네”▼

타임에 실린 한 아이비리그 졸업생의 독백이다.

‘아이비리그 졸업생이면 누구나 알 것이다. 아이비리그 출신이란 점이 주는 가장 큰 혜택은 지적인 게 아니라 사회적인 것임을.

1980년 가을. 갓 입학한 나에게 프린스턴대는 지상의 천국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프린스턴대 역시 결함이 있는 인간 세상의 한 기관임을 알게 됐다. 내가 전에 다녔던 지방의 작은 대학에 비해 학비는 훨씬 비쌌지만 교재 목록은 물론 학생들이 던지는 질문도 같았다. 하지만 같은 책이고, 같은 질문인데 프린스턴대 학생들은 훨씬 더 자신 있는 태도였다. 바로 그것이 아이비리그의 ‘X-factor’였다. 시험 때 옆에 앉은 전설적인 부자의 후계자가 내 답안지를 훔쳐보던 것이 기억난다. 우연히 SAT에서 고득점을 한 촌뜨기 소년이 남의 답안을 흘끔거리는 귀족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던 것이다. 졸업 후 동급생들이 대기업의 우두머리가 되고 TV 쇼를 장식하는 것을 보면서 나 역시 함께 붕 뜨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우리는 분명히 안다. 우리가 남들보다 조금도 나을 게 없다는 것을.

프린스턴대는 우리에게 힘과 영향력을 지닌 명함을 줬다. 사회에 나가면 도움이 될 복권에 당첨된 셈이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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