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100년 명문大’를 가다]멜버른, UNSW, 퀸즐랜드

  • 입력 2005년 7월 6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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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의 자랑은 방대한 토지, 풍부한 지하자원, 깨끗한 자연환경만이 아니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호주의 고등교육은 미국과 유럽에 못지않은 수준이다. 지난해 11월 영국 타임스의 세계대학평가팀이 발표한 ‘세계 대학 순위’를 보면 호주의 대학이 100위 이내에 10개나 올랐다.

특히 멜버른대, 뉴사우스웨일스대(UNSW), 퀸즐랜드대는 설립 100년이 넘는 전통의 명문. ‘교직원 세계대학 벤치마킹’ 프로그램을 올해로 3년째 운영하는 고려대 관계자들이 지난달 19∼24일 이들 대학을 방문했다.

▽외국 학생 많은 멜버른대=빅토리아 주의 수도인 멜버른 시에 있다. 노벨의학상 부문에서 2명의 수상자(프랭크 맥팔레인 버넷, 존 커루 에클스)를 배출했다. 시드니대 다음으로 호주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

타임스의 세계 대학 순위에서는 22위로 호주 대학 가운데 호주국립대(16위) 다음으로 높았다. 지난해 중국 상하이(上海)교통대가 발표한 세계 500대 대학에서는 82위를 차지했다.

호주 대학은 영어권이라는 이점과 다양한 장학금 및 학습지원 프로그램을 내세워 외국 학생을 적극 유치하는 등 ‘대학의 세계화’에 적극적이다.

가장 큰 자랑은 전 세계 90여 개 국가에서 모인 외국 유학생. 전체 학생 4만3900여 명 가운데 9400여 명(22%)이 외국 학생. 멜버른대는 어느 대학보다 많은 장학금으로 외국 학생을 유치했다. 호주에서 가장 큰 규모인 ‘멜버른 장학금 프로그램’을 비롯해 400종류 이상의 장학금과 여행보조금을 제공한다. 브리짓 티 국제교류사무관은 “한국을 비롯해 세계 25개국 100개 대학과 협정을 해 교수 및 학생 교환, 학문 협력 및 공동연구에 주력하며 호주에서 가장 규모가 큰 ‘호손(Hawthorn) 영어연수센터’를 운영해 외국 학생의 영어학습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상담제도 만든 뉴사우스웨일스대=세계 3대 미항인 시드니에서 1878년 시드니공대로 시작했다. 1949년 의회법에 따라 본격적인 종합대로 발돋움했다. 지난해 타임스 선정 세계 대학 순위는 36위.

멜버른대와 마찬가지로 4만여 명의 학생 중 유학생이 8200여 명에 이를 정도로 외국 학생이 많이 찾는다.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8개의 기숙사를 포함한 생활 여건. 기숙사는 단순히 숙식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유학생 20명당 1명꼴로 개인 상담 교사인 튜터를 둬 공부를 돕는다.

제인 갯우드 학생서비스담당관은 “기숙사에 입소하지 않아도 외국 학생에 대해 1년 내내 개개인의 생활상태를 체크하고 상담하면서 좋은 학습 여건을 만들어 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영어교육에 강한 퀸즐랜드대=브리즈번의 퀸즐랜드대는 1911년 예술, 과학, 기술 전문 대학으로 출발해 현재 학부 및 대학원 3만6000여 명의 종합대학으로 성장했다.

타임스 순위는 49위로 130여 개국에서 온 6300여 명의 외국 학생이 공부하고 있다.

퀸즐랜드대의 강점은 학생연수를 포함한 다양한 영어교육 프로그램. 영어전문 교사 양성과정인 테솔(TESOL·Teaching English to Speakers of Other Languages)을 비롯해 영어 인턴십 프로그램, 비즈니스 및 엔지니어링 전문영어 교육과정 등 다양하다.

외국 대학과 협정을 체결해 맞춤형 영어수업을 확대하거나 호주 내 영어여행 연수 과정을 신설하는 등 새로운 과정을 개발하는 데 힘쓰고 있다.

더글러스 포터 재무처장은 “최근 한국과 일본, 중국 등 동북아시아는 물론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의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다양한 교류 사업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시드니=정양환 기자 ray@donga.com

▼한국인 유학생 만나보니…▼


“미국이나 유럽 못지않게 수준 높은 교과 과정을 세계 여러 나라 학생과 함께 공부할 수 있어 정말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지난달 22일 오전 호주 멜버른의 멜버른대 캠퍼스에서 만난 한국인 유학생 윤환진(38) 원상연(28) 김정래(22·여) 씨는 호주 대학의 장점으로 많은 외국 학생이 모인 다문화적인 ‘용광로’이면서도 문화적 장벽이 낮아 적응이 쉽다는 점을 꼽았다.

MBIT과정(IT 관련 경영대학원)에 다니는 원 씨는 “호주 대학의 정보기술(IT), 법학, 경영 분야는 세계 수준급”이라며 “스스로 분야를 설정해 연구하면 학교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하는 분위기가 맘에 든다”고 말했다.

경영학부에서 공부 중인 김 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유학을 왔다. “처음엔 여성인 탓에 인종차별에 대한 두려움이 많았다”는 그는 현재 멜버른대의 외국인연합회 회원으로 활동하며 적극적으로 지내고 있다.

김 씨는 “가만히 움츠리거나 수동적인 자세를 보이면 호주 학생은 물론 다른 외국 학생에게 ‘왕따’를 당하기 쉬우므로 사교나 스포츠 활동에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고 귀띔했다.

통계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윤 씨는 “단순히 학교 명성만을 믿고 선택하는 것은 잘못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여러 정보를 모은 뒤 신중하게 학교를 골라야 한다”고 권유했다.

세 학생은 유학 생활이 성공하려면 명확한 목표 설정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외국 분위기에 쉽게 적응 못하고 잘못된 길로 빠지는 경우가 많은 만큼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를 가져야 한다는 충고였다.

멜버른=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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