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35시간근로제 ‘실패한 실험’…인건비만 올려

  • 입력 2005년 2월 16일 18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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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가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며 1998년 도입했던 주 35시간 근로제가 사실상 실패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15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날 프랑스 노동시장을 분석한 기사에서 프랑스 하원이 최근 주 35시간의 근로 시간을 최대 48시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킨 사실을 상기하면서 “주 35시간 근로제는 역사상 가장 어리석은 노동시장 개혁 조치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FT는 지난 10여 년간 프랑스의 경제 성장률이 미국에 뒤진 것은 프랑스인이 미국인에 비해 평균 15% 더 적게 일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미셸 캉드쉬 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이런 현상을 놓고 “프랑스가 ‘노동 적자(work deficit)’에 시달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FT가 ‘실패한 실험’이라고 묘사한 주 35시간 근로제는 만성적인 실업 해소를 목표로 도입됐다. 당시 사회당 정부는 ‘노동시간을 10% 줄이면 추가 비용 없이 약 7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마르틴 오브리 노동부 장관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법안 발효에도 불구하고 일자리는 늘어나지 않았고, 노동시간 감축으로 인건비만 올린 셈이 돼 경기 침체를 부추겼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기업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변형 근로제 도입, 생산시설 해외 이전, 기술 혁신 등을 시도했으나 신규 고용은 이뤄지지 않은 채 악순환이 되풀이됐다.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사회적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프랑스 정부가 근로시간을 35시간으로 축소했으면서도 최저임금 수준을 그대로 유지하고, 조기 퇴직하는 근로자들에게 금융 지원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그동안 “프랑스 정부는 근로자들에게 일을 하지 말라고 하면서 돈을 준다”고 지적해 왔다. 이와 관련해 ‘위기의 프랑스’를 쓴 경제 전문가 티모시 스미스는 “프랑스의 복지제도는 실업자가 아니라 이미 직장이 있거나 장기 근로를 마치고 퇴직한 기득권층의 이익을 보호하는 수단으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하원이 통과시킨 법안은 다음달 초 상원에서도 통과가 확실시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짧은 노동시간과 긴 휴가로 유명한 프랑스의 주 35시간 근로제의 신화가 곧 무너질 전망이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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