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세계는…]<2>일본 “개헌 추진 - 안보리 진출”

  • 입력 2005년 1월 4일 18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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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년 9월 일본과 제정 러시아는 미국의 중재로 포츠머스조약을 체결했다. 1904년 2월 시작된 러일전쟁이 일본의 승리로 끝나는 순간이었다.

‘대국’ 러시아를 물리친 일본은 그해 11월 을사늑약으로 조선의 외교권을 박탈하고 제국주의를 향해 질주했다.

러일전쟁 종전 및 을사늑약 100주년인 2005년. ‘대국의 부활’을 꿈꾸는 일본의 야심은 헌법 개정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 시도를 통해 가시화하고 있다.

▽최대 화두는 개헌과 안보리=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는 4일 연두 기자회견에서 개헌 문제에 대해 “올해 또는 내년에 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충분히 시간을 갖고 야당과 의견을 조정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인 듯하지만 집권 자민당 내 헌법 개정을 위한 준비는 이미 상당한 수준까지 진척된 상태다.

자민당은 창당 50주년 기념일인 올해 11월 15일 자체 개헌안을 발표한다는 계획에 따라 당력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말엔 ‘신헌법 제정 추진본부’(본부장 고이즈미 총리)를 설치해 ‘개헌정국 돌입’을 선언했다.

군사력 보유를 인정해 자위대를 명실상부한 군대로 격상시키고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용인하는 게 개헌안의 핵심이다. 여론을 의식해 여왕제 도입에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일본 국왕의 국가 원수화’ 조항도 은근슬쩍 개헌안에 포함시켰다.

중의원과 참의원도 각각 헌법조사회를 가동해 국회 차원의 개헌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은 일본 정부가 외교 분야에서 가장 공을 들이는 현안. 4월 중 10여 개국과 공동으로 상임이사국 확대를 골자로 하는 유엔헌장 개정안을 제출한 뒤 7월 초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선진7개국(G7)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지지를 이끌어내 결판을 낸다는 계획이다.

최근 남아시아 지진해일에 거액을 선뜻 내놓은 것도 ‘국제적 책임을 다하는 대국’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 과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인접국과의 마찰 거셀 듯=고이즈미 정권은 중국과의 신경전이 격화될수록 미국과의 군사동맹 관계를 강화하는 데 열성이다. 하지만 일본의 군사대국화 행보가 본격화되면 한국 중국 러시아 등 인접국과의 관계는 악화될 수밖에 없다.

대중(對中) 관계는 동중국해 가스전 영유권 분쟁과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 문제로 올해도 냉랭한 분위기가 지속될 것이 확실하다. 4월 초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의 일본 방문이 성사되면 또 한 차례 중대한 고비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북방 영토 반환을 둘러싼 러시아와의 힘겨루기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북방 4개 섬 중 2개를 반환하는 것으로 마무리 지을 뜻을 밝혔지만 일본은 전면 반환 요구를 굽히지 않고 있다.

국교정상화 40주년이자 을사늑약 100주년이라는 점이 상징하듯 한국과의 관계도 미묘하다. 한류 열풍으로 분위기가 부드러워지긴 했지만 4월 신학기를 앞두고 역사교과서 검정 과정에서 역사왜곡 문제가 양국 관계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일본 정계의 보수화 경향과 맞물려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 요구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일본 언론들은 고이즈미 총리가 ‘대화와 압력의 병행’이라는 대북정책 기조를 지키고 있지만 현재 40% 선인 지지율이 더 떨어지면 정권 존립을 위해 강경책으로 기울지 모른다고 내다봤다.


도쿄=박원재 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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