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사임]대북 강경파 백악관 장악 신호탄

  • 입력 2004년 11월 16일 02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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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의 사임 여부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집권 2기 외교정책의 방향을 가늠하는 척도가 될 것으로 예상돼 왔다. 네오콘(신보수주의자)과 온건파의 ‘좌우 날개’로 부시 행정부의 외교정책이 균형을 잡는 데 온건파인 파월 장관의 역할이 컸기 때문이다.

▽사임 의미 및 한반도 정책에 미칠 영향=부시 대통령은 재선 후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안전을 위해서 동맹국의 지지보다는 대통령으로서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주변국이 미국의 대외정책을 일방주의라고 비난하더라도 미국의 정책에 필요한 일을 밀어붙이겠다는 뜻. 최근 미국을 방문한 이종석(李鍾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도 이와 비슷한 인식을 갖고 돌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파월 장관의 사임은 당장 북핵 문제 해결에 다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6자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강경파의 수장격인 딕 체니 부통령이 국무부를 따돌린 채 직접 회담진행 전략을 지시할 정도로 국무부의 입지는 약화된 상태.

그러나 이젠 네오콘이 드러내놓고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높아졌다. 파월 장관과 동반사임 의사를 밝혔던 리처드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도 역시 물러날 것이 확실함에 따라 상대적으로 온건한 외교정책 라인은 힘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북핵 6자회담이 북-미간 직접 충돌의 장(場)으로 성격이 바뀌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예고된 수순?=파월 장관은 부시 2기 내각에서 물러날 것이라는 점은 예고된 대목이기도 하다. 이라크전쟁 및 대북정책 수립과정에서 온건 대화 노선을 주장해 이라크 선제공격 등 강경노선을 이끌었던 네오콘과 끊임없이 갈등을 빚어왔던 게 그 배경의 하나. 워싱턴 포스트는 최근 부시 대통령의 외교정책에 일부 변화가 있다면 그것은 경쟁 관계인 파월 장관과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의 교체 여부에 달려 있다고 전망했다. 럼즈펠드 장관은 유임될 것으로 알려졌다.

▽후임자 물망=파월 장관의 후임으로는 부시 대통령이 ‘정확한 나의 정보원’이라고 부를 정도로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거론되고 있다. 또 최근 유엔 대사로 임명된 존 댄포스 전 상원의원과 현재 미국의 최대 현안인 이라크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로버트 블랙윌 국가안전보장회의 이라크정책 담당관 등이 거론되고 있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

김승련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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