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 전세계 공포확산]"단기 퇴치 어려워…수년간 계속될것"

  • 입력 2003년 4월 6일 19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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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를 공포 속으로 몰아넣고 있는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단기간에 퇴치하기가 어려워 앞으로 수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스가 저절로 소멸될지, 에이즈처럼 지구를 휩쓰는 재앙이 될지는 단언할 수 없으나 사스에 대한 전면적인 승리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많은 전염성 질환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피츠버그대학의 리 해리슨 박사는 “최소한 수년 동안은 사스가 활동할 것”이라며 “이 병이 단기간 안에 사라질 것이라고는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가장 불길한 징후는 새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 잠복기의 감염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여러 사람에게 전염시킬 수 있다. 또 사스가 공기나 오염된 물건과의 접촉을 통해서도 감염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스가 기침이나 재채기를 통해 감염되는 것으로 미뤄볼 때 이를 완전히 차단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한편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사스의 진원지가 중국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추정이 나왔다고 6일 보도했다.

진원지로 알려진 중국 광둥(廣東)성에서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는 세계보건기구(WHO) 조사단은 5일 잠정적 추론임을 전제하고 “사스가 동물에게서 인간에게 전염됐으며, 중국이 발생지가 아닐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또 WHO는 사스 전파의 수수께끼 중 하나는 사람에 따라 전염 강도와 속도가 다른 점이라며 그 원인이 원인균 규명과 치료의 핵심이라고 내다봤다.

WHO는 따라서 사스를 확산시키는 속도가 빠른 전염자를 찾아내는 것이 사스 통제의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는 사스가 과거에도 매년 출현했다고 6일 밝혔다. 리리밍(李立明) 질병예방통제센터 주임은 “지금까지 발생한 사스는 모두 17개 유형이며 이번 사스는 원인 불명의 새로운 것”이라면서 “과거 사스는 사망률이 4% 내외였는데 이번 사스는 3.8∼3.9%이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겪어온 사스는 예측할 수 없으며 치료할 수도 없고 예방할 수도 없다”며 “사스를 예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면역력을 증강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사스 퇴치법 연구를 위해 세계의 과학자들이 공동 연구작업에 나섰다. 줄리 거버딩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소장은 6일 “홍콩 중국 미국 등 10여개 국가의 과학자 수백명이 사스를 퇴치하기 위해 감염자들로부터 채취한 조직 샘플에 대한 실험 등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혜윤기자 parkhyey@donga.com

외신 종합 연합


▼원인균-감염경로 오리무중▼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발병 원인을 놓고 혼란이 가중되면서 사람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사스는 아직 원인 병원체가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한 전파경로와 잠복기 등도 오리무중이다.

한국의 보건당국은 사스의 병원체가 감기 바이러스의 일종인 ‘코로나’ 또는 ‘휴먼 메타 뉴모니아’ 두 가지 중 하나라고 판단하고 있다. 코로나는 미국에서, 휴먼 메타 뉴모니아는 캐나다에서 각각 분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몇몇 외신들은 여러 가지 소식통을 인용, 사스의 병원체가 다른 병원균이 있어야 발현하거나 감기 바이러스의 변종은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만약 이런 보도가 사실일 경우 마스크 착용과 같은 독감식의 대응법은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는 사스의 병원체가 감기 바이러스의 일종이기 때문에 크기가 3μm인 입자를 95%까지 차단해주는 방진마스크(일명 N95마스크)를 쓰면 환자의 침방울이 흡수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는 주장이 우세했다.

CNN 인터넷판은 최근 세계보건기구(WHO)가 중국의 사스 감염은 평범한 성병균인 ‘클라미디아’와 연관돼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클라미디아는 비임균성 요도염, 골반염, 폐렴 등을 주로 일으키며 대개는 성관계에 의해 전염되지만 애무 등 간접적 방식으로도 전염될 수 있다.

그러나 미국 보건관리들은 “클라미디아는 워낙 흔한 균이기 때문에 사스와 무관할 가능성이 높다”며 클라미디아와 사스의 관련성을 부인했다.

이에 앞서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P)는 사스에 처음 걸린 중국 광둥(廣東)성 환자가 조류를 먹거나 취급하는 사람으로 조사된 점을 토대로 사스 병원체가 바이러스와 박테리아의 특성을 함께 갖고 있는 병원균이라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사스가 조류독감의 일종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조류독감은 조류에 기생하는 독감 바이러스가 몇 단계를 거쳐 사람에게 전염된다. 따라서 오리를 비롯해 물에서 사는 새들로부터 사람에게 바이러스가 전파되려면 반드시 돼지나 닭을 거쳐야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진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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