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보스 포럼 “이라크戰은 세계경제 공격하는 셈”

  • 입력 2003년 1월 24일 18시 59분


코멘트
다보스 포럼 첫날 회의의 화두는 ‘미국’이었다. 스위스 다보스에서 23일 열린 제33차 세계경제포럼(WEF) 첫날 회의에서 주제 발표자들은 미국의 이라크전쟁 추진이 가뜩이나 침체된 세계경제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세계화와 신경제를 주도해 왔다는 평가를 듣는 다보스 포럼에서 세계화와 신경제의 본산인 미국에 대한 비판이 쏟아진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모하마드 마하티르 말레이시아 총리는 이날 ‘새 시대의 신뢰와 지배구조’라는 제목의 연설에서 “문명화된 현대 사회에서 가장 큰 ‘살상력(Killing Power)’을 가진 나라가 지배하는 것은 석기시대에 가장 큰 몽둥이를 가진 사람이 지배했던 것과 똑같다”며 미국을 직설적으로 비난했다. 이에 대해 존 애슈크로프트 미국 법무장관은 “민주 국가들은 법의 통치를 위협하는 테러리즘과 맞서 싸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미국은 콜린 파월 국무와 애슈크로프트 법무 등 장관 4명을 보내 이라크전에 대해 지지 호소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마하티르 총리는 “테러리스트들을 테러로 제압하려는 정책은 결코 성공할 수 없으며 빈곤 같은 테러의 원인을 찾아내 이를 제거하는 것만이 성공할 수 있다”고 반박하는 등 애슈크로프트 장관과 설전을 벌였다.

○…올해 세계경제에 대한 어두운 전망도 쏟아졌다. 미국의 경제연구그룹인 콘퍼런스 보드의 게일 포슬러는 주제 발표를 통해 “미국의 이라크전 수행이 미칠 경제적 여파는 침체된 세계경제의 회복 노력을 위협하는 수준”이라고 내다봤다.

포슬러씨는 이라크전은 유가 상승을 부추기고 결국 소비심리를 얼어붙게 해 미국 경제를 침체시킬 것이며, 미국 경제 침체는 세계경제에 파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 게이오 대학의 하루오 시마다 교수도 “침체하는 일본 경제의 회복 여부는 미국 경제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 침체 탓인지 다보스 포럼도 여느 해보다 가라앉은 분위기였다. 3000여명이 넘었던 참석자는 2300여명으로 줄었고, 유럽과 중동의 국가원수급 참석도 예년에 비해 저조했다. 포럼 창설자인 클라우스 슈밥 WEF 회장은 “우리는 더 이상 영웅의 시대에 살고 있지 않다”고 개탄했다.

첫날 다보스 시내와 인근에는 2000여명의 경찰이 투입돼 10m 간격으로 서서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를 반(反) 세계화 시위대의 폭력 시위에 대비했다. 이번 포럼의 경호비용은 1000만달러(약120억원). 다보스 포럼 기간에 스위스 내 맥도널드 햄버거 점들은 “꼬마 손님들을 보호해야 한다”며 어린이 생일잔치 행사를 금지했다.

다보스(스위스)=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