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공산당 노선투쟁 격화

  • 입력 2002년 2월 19일 18시 05분


올 가을 중국공산당 제16기 전체대표대회(16기 전당대회)에서 장쩌민(江澤民) 주석의 ‘3개대표’ 이론을 당 지도사상으로 격상시키는 문제를 놓고 당내 좌우파간 노선투쟁이 격화되고 있다.

19일 홍콩 경제일보에 따르면 ‘지하 당서기’로 불리는 덩리쥔(鄧力群)을 필두로 한 좌파들과 당내 보수파들은 ‘프롤레타리아(無産) 계급기반’의 중국 공산당을 ‘중산(中産)계급을 포용’하는 새로운 당으로 변화시키려는 장 주석의 시도를 이른바 ‘이론 정변(政變)’으로 보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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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론 정변’ 문제는 후진타오(胡錦濤) 부주석이 차세대 핵심 지위를 차지하게 될 제 4세대 인사문제와 함께 올 가을 당대회의 양대 핵심의제가 될 것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3개 대표’론은 2000년 2월 25일 장 주석이 광둥(廣東)성 가오저우(高州)시를 시찰하면서 “당의 생존을 위해서는 ‘3개 대표’ 정신을 견지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첫선을 보인 이론. 그는 중국 공산당이 △중국의 선진적인 사회생산력 발전 요구 △선진문화의 창달 △광범한 인민대중의 근본이익 등 3가지를 대표해야 한다며 시대 추세에 부응한 당의 대폭적 체질개선을 주장했다.

이 이론은 장 주석의 오른팔로 알려진 쩡칭훙(曾慶紅) 당조직부장이 초안한 것. 발언 당일에는 광둥 현지 언론들이 보도하지 않았으나 곧 장 주석의 정치적 고향인 상하이(上海)에서 대대적인 보도와 함께 학습열풍이 불면서 지난해 말까지 당정 간부학습을 통해 장 주석의 사상으로 굳혀졌다. 그 여세를 몰아 오는 가을 전당대회에서 마오쩌둥(毛澤東), 덩샤오핑의 이론에 버금가는 반열로 격상시키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

장 주석은 이 이론에 근거해 지난해 여름 중국 공산당 창당 80주년을 기념한 ‘7·1강화(講話)’에서 민간기업인의 공산당 입당을 허용하는 혁명적인 조치를 취했다. 이어 9월에 열린 중국공산당 제15기 전국대표대회 6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15기 6중전회)에서는 내부 토론 끝에 이를 인준 받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당시 당내 좌파들은 베이다이허(北戴河)에서 이에 반대하는 회의를 개최해 “자본가의 입당을 허용하겠다는 발언은 중대한 정치적 착오”라는 내용을 담은 ‘만언서(萬言書)’를 돌리는 등 강력 반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 주석이 15기 6중전회 폐막과 동시에 발표한 6중전회 공보(公報)에서 “마르크시즘을 교조적으로 잘못 해석하거나 구시대적 인습에 젖은 당료들은 이런 구습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좌파세력들에게 경고를 보낸 것도 이 같은 배경 때문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장 주석과 당내 좌파간에 치러진 일전은 전초전일 뿐이라는 게 베이징 관측통들의 지적. 올 가을 당대회에서 당 지도사상 채택 여부가 판명날 때까지 당 내부의 노선싸움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국 공산당 지도사상 변화 추이
연도차수개최지지도사상 채택내용
1921년제1회 전당대회상하이마르크스-레닌주의 당 지도사상으로 결정
1945년제7회 전당대회옌 안마오쩌둥 사상을 당 지도사상으로 추가
1992년제14회 전당대회베이징덩샤오핑 이론을 ‘위대한 이론’으로 규정하고 당 지도사상으로 추가. 덩이 제기한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건설’이론을 당 규약에 명기.
2002년제16회 전당대회베이징장쩌민 주석의 ‘3개 대표’론을 당 지도사상으로 추가. ‘3개 대표’론을 당 규약에 명기(?)

베이징〓이종환특파원 ljh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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