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측 美인도요구 사실상 거부…전쟁불가피

  • 입력 2001년 9월 18일 18시 24분


아프가니스탄 집권 탈레반이 테러리스트 오사마 빈 라덴을 사흘 내에 인도하라는 미국의 최후통첩을 18일 사실상 거부했다.

미국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이날 빈 라덴 인도와 상관없이 테러 분쇄를 위한 군사행동이 이뤄질 것임을 시사했다.

럼스펠드 장관은 이날 미 CBS TV에 출연, 빈 라덴이 체포된 뒤에도 공격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빈 라덴이 없어져도 테러조직이 있는 한 테러가 계속될 것”이라면서 “테러 조직 분쇄가 빈 라덴 제거보다 훨씬 더 중대하다”고 밝혔다. 이는 빈 라덴이 투항하거나 탈레반이 인도하더라도 미국은 군사공격을 개시할 것임을 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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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지도자들은 18일 국영 라디오방송을 통해 “빈 라덴을 이번 테러사건에 연관시키는 것은 근거가 없으며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하기 위한 핑계일 뿐”이라고 주장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탈레반의 최고의결기구인 종교지도자회의는 20일 이전에 수도 카불에서 특별회의를 열어 빈 라덴 인도 여부에 관해 논의를 할 예정이나 AFP통신은 인도 거부로 결론이 내려질 것으로 전망했다.

탈레반은 18일 라디오연설을 통해 “미국이 공격하면 성전(聖戰)에 돌입할 것이며 신은 우리 편”이라고 밝힌 뒤 전국 영공을 폐쇄하고 2만5000명의 병력과 러시아제 스커드미사일을 비롯한 중화기를 파키스탄 국경에 배치하는 등 전투 태세에 들어갔다.

파키스탄 신문 ‘새벽’은 빈 라덴이 추종자 500여명의 전송을 받으며 말을 타고 카불 시내를 떠나 모처로 은신했다고 16일 전했다.

한편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17일 국방부 청사를 방문, “정의를 위해 테러리스트 빈 라덴을 생사를 불문하고 반드시 심판대에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18일 프랑스의 자크 시라크 대통령, 19일 인도네시아의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대통령, 20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와 연쇄 정상회담을 갖고 테러와의 전쟁을 위한 협력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러시아 이고리 이바노프 외무장관은 18일 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과 회담을 갖기 위해 워싱턴으로 떠났다. 유럽연합(EU) 15개국 정상도 21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특별정상회의를 열고 미국이 선언한 ‘테러와의 전쟁’에 관해 논의한다.

<이슬라마바드(파키스탄)〓홍권희기자·워싱턴〓한기흥특파원>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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