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테러 대참사]재계 '중동현장' 핫라인 설치

  • 입력 2001년 9월 14일 18시 39분


미국의 보복 공격이 임박하자 대기업들이 ‘실제 전쟁상황’을 염두에 둔 비상대책을 서둘러 마련하고 있다.

삼성 LG SK 현대차 등 주요 그룹들은 임직원들의 중동지역 출장을 중단시키는 한편 전쟁이 장기화할 것에 대비해 각종 원자재와 달러를 최대한 넉넉히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중동에서 공사를 진행 중인 건설업체들은 긴장감 속에 현지에 파견된 근로자들의 신변안전 대책을 마련하고 있고 정유업계는 유가가 얼마나 오를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재계도 비상상황〓삼성은 미국 유럽 등 해외 현지법인과 경제연구소를 통해 이번 사태와 관련한 정보수집을 독려하면서 중동 등 위험지역에 대한 출장을 자제토록 각 계열사에 권고했다.

삼성은 미국의 공격 이후 예상되는 원유 등 주요 원자재의 가격과 국제금리, 주가 추이 등을 분석하면서 단계별 시나리오에 따라 수출입 통로와 필수자재 등을 확보하기 위한 비상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LG 계열사들은 이집트 아랍에미리트 등 중동의 현지법인에 공문을 보내 “현지 공관과 긴밀한 연락체계를 유지하고 공공기관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는 가지 말라”는 내용의 안전관련 지침을 전달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올해 5억달러 이상의 가전제품을 중동에 수출해 미국시장의 판매 감소를 오일달러로 만회할 계획이었는데 차질을 빚게 됐다”고 말했다.

SK㈜와 LG칼텍스정유 등은 전쟁이 벌어질 경우 원유가의 급등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수입선 다양화와 비축물량 확대 등의 비상대책을 세우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91년 걸프전 사태 이후 처음으로 75개국에 파견된 101개 전 무역관에 신변안전 요령을 보내 “테러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는 건물과 미국인 및 유대인 밀집지역에 대한 출입을 자제하라”고 지시했다.

▽건설업계 근로자안전 걱정〓현재 중동지역에 진출한 건설업체는 15곳으로 10개국 63개 현장에 2988명의 근로자가 파견돼 있다. 올 들어 유가가 강세를 보이면서 또 한번의 ‘중동 특수(特需)’를 기대했던 건설업계는 전쟁 가능성이 높아지자 91년 걸프전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근로자 안전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이란 등 6개국에 근로자 664명을 파견한 현대건설의 경우 현지 상황에 따라 전면철수를 포함한 단계별 대응방안을 담은 시나리오를 현지로 보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3개국에 48명이 나가 있는 대우도 최근 사장 주재로 대책회의를 갖고 전쟁 징후가 두드러질 경우 주변 지역으로 철수토록 지시했다. 이란과 쿠웨이트에 50여명의 근로자를 보낸 대림산업은 본사-현장-현지공관을 연결하는 ‘핫라인’을 개설하고 사태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

<박원재·황재성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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