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변종 탄저병균 본격 개발"

  • 입력 2001년 9월 5일 23시 49분


미국 정부는 국제협약이 금지하고 있는 생물학무기 연구를 수년간 비밀리에 진행시켜 왔음을 공식 시인했다. 미국 정부는 국제협약이 허용하는 테두리 안에서 백신 개발을 위한 ‘방어적인’ 차원의 연구를 해왔다고 주장했으나 공격용으로 사용될 수도 있어 논란의 소지가 있다.

빅토리아 클라크 미 국방부 대변인은 4일 기자들에게 “국방정보국(DIA)이 치명적인 기존의 탄저병균보다 더 강력한 새로운 형태의 변종 탄저병균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클라크 대변인은 “국방부는 조만간 이를 의회에 통보한 후 개발계획을 본격 추진할 것”이라면서 “현재 변종 탄저병균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아니며 개발 후에도 관련 백신의 효과를 검증하는데 사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 행정부는 그동안 법률적 검토를 통해 이 탄저병균 개발이 1972년에 체결된 유엔 생물학무기협약을 위반하는 것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클라크 대변인은 밝혔다. 생물학무기 협약은 모든 생물학무기의 개발 및 획득을 금지하고 있지만 예외적으로 백신 개발과 기타 방어적 목적의 연구와 개발은 허용하고 있다.

클라크 대변인은 1997년 러시아가 변종 탄저병균을 개발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병균이 테러리스트 등의 수중에 들어가 미국을 공격하는데 사용될 가능성이 있어 변종 탄저병균 개발 계획이 검토돼 왔다고 설명했다.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미국은 적의 공격으로부터 미군을 보호하기 위한 백신 개발을 목표로 생물학무기에 관한 비밀 연구를 실시해왔다”며 “생물학무기의 위협에 대처하는 것은 최근 수년간 미국 정부의 최우선 과제였다”고 말했다.

그는 “전세계에서 생물학무기의 위협이 증대되고 있으며 미국에 실질적인 도전이 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미국의 생물학무기 연구는 국제협약의 테두리 안에서 “순전히 방어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뉴욕타임스는 이날 미 행정부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미국 정부의 생물학무기 연구 사실을 폭로하며 “미국이 과거 중단했던 생물학 무기 개발을 재개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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