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방미 '백악관의 침묵'…美, 정상회담 발표 미뤄

  • 입력 2001년 2월 15일 18시 41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다음달 7일 워싱턴에서 정상회담을 갖기로 했다고 한국정부가 발표했으나 미국은 발표를 미뤄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외교소식통들에 따르면 한미 양국은 외교적 관행에 따라 비슷한 시간대에 정상회담 일정을 발표하기로 했다. 워싱턴 시간으로는 14일 오후 3시경(한국시간 15일 오전 5시) 발표하기로 했다는 것.

그러나 백악관측은 14일 안드레스 파스트라나 아랑고 콜롬비아 대통령이 27일 미국을 방문한다는 사실만 발표하고 한미정상회담 일정을 밝히지 않았다. 백악관 공보실은 발표지연 이유를 묻는 한국 보도진의 문의에 “오늘은 더 이상 발표할 게 없다”고만 밝히고 구체적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다.

워싱턴 외교가에선 한국 언론에 한미정상회담 개최 사실이 먼저 보도된 데 대한 백악관 실무자들의 반발 때문에 미국측 발표가 지연됐을 것이라는 해석이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한국의 한 영자신문 인터넷판에는 14일 오후 8시34분에 한미정상회담 기사가 보도됐다. 이어 많은 신문의 인터넷판에 속속 정상회담 기사가 실렸다.

한국 정부 관계자들은 이에 따라 백악관과 국무부에서 ‘이의 제기’ 또는 ‘문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양성철(梁性喆) 주미대사가 한국 언론의 보도 직후 백악관에 들어갔다 온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는 달리 최근 발생한 미국 핵잠수함에 의한 일본 어업실습선 침몰 사고로 모리 요시로(森喜朗) 일본 총리의 방미일정에 대한 합의가 늦어져 한미정상회담 일정 발표가 지연됐다는 관측도 있다. 미국측은 이미 발표가 늦어졌기 때문에 미일, 한미 정상회담 일정을 동시에 발표하려 한다는 것이다.

보도시점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상회담 자체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 외교소식통은 “미국에 새 행정부가 등장한 초기에 양국 관계에서 발생한 해프닝 정도”라면서 “백악관측 발표 지연이 한미정상회담 개최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부시대통령과 김대통령의 정상회담 합의에 대해 시의적절하다며 환영했다.

토머스 플레이트 UCLA 교수는 “부시 대통령의 외교정책팀은 북한을 불신하는 경향이 있다”며 “김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포용정책이 왜 중요한지를 부시 행정부에 설명하는 것은 미국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맨스필드태평양센터의 고든 플레이크 국장은 “부시 행정부의 정책이 마무리되기 전에 한국의 입장을 미국의 최고 수뇌부에 강력히 전달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도널드 그레그 전주한미대사(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도 “김대통령의 남은 임기 2년과 부시대통령의 첫 2년은 대북정책에 공조입장을 취하고 동북아시아에서 한국의 부상하는 역할을 확인하는데 극도로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두 정상이 조기에 정상회담을 갖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윤승모기자·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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