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불량배 국가' 멍에 벗다…美 '우려국가'로 바꿔

  • 입력 2000년 6월 20일 19시 00분


북한이 ‘불량배 국가(rogue st-ate)’라는 불명예스러운 굴레를 벗게 됐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은 19일 미 내셔널 퍼블릭 라디오(NPR)의 토크쇼인 다이앤 램 쇼에 출연해 앞으로 북한을 불량배 국가 대신에 ‘우려 국가(state of concern)’로 부르겠다고 밝혔다.

올브라이트 장관은 토크쇼 진행자 다이앤 램의 “북한이 불량배 국가라면 김정일(金正日)은 불량배의 지도자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이같이 답한 뒤 “우려 국가는 테러행위를 지원하거나 미사일 개발, 국제사회 교란 등을 기도해 우리의 우려를 자아내는 나라들”이라고 설명했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미국이 북한을 불량배 국가에서 우려 국가로 바꿔 부르기로 한 것은 북한을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라며 “대북제재 완화 조치 이행 방안을 공표하는 데 맞춰 이 같은 용어변경까지 공개함에 따라 북-미 관계 개선을 위한 긍정적인 분위기가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하는 등 북-미 관계를 보다 진전시키기 위한 사전정지 작업 차원에서 이번 조치를 취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리처드 바우처 국무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불량배 국가로 불리던 국가들 중 일부가 다양한 변화를 모색하고 있어 더 이상 이들을 불량배 국가라고 일괄적으로 규정하는 것이 적절치 않게 됐다”며 “이에 따라 보다 일반적인 개념의 우려 국가라는 표현을 사용키로 했다”고 밝혔다.

바우처 대변인은 북한이 핵 미사일 테러리즘 등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해소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고 이란에선 2월 총선에서 개혁파가 승리한 것 등을 그 같은 변화의 예로 들었다.

그러나 그는 “용어의 변경이 미국의 테러 지원국 명단에 들어있는 국가들에 대한 제재조치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불량배 국가를 언제 우려 국가로 대체했느냐는 질문에는 “우리는 지난 수개월간 불량배 국가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상기시켰다.

그는 우려 국가들이 구체적으로 어느 나라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미국은 1980년대부터 독재국가를 상대로 불량배 국가라는 표현을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1990년대 중반 이후엔 국제사회의 규범을 어기고 테러 핵 미사일 등으로 위기를 조장하는 국가들이 대상이 됐다.

미국이 최근 추진하고 있는 국가미사일방어체제(NMD) 구축도 불량배 국가의 미 본토 공격 위협에 대한 대비를 명분으로 삼고 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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