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규장각 도서 반환 또 무산…8년째 협상 제자리

  • 입력 2000년 5월 23일 18시 59분


1866년 병인양요 때 약탈당한 외규장각 도서 반환문제는 한국과 프랑스간에 결코 ‘식지 않는’ 외교 현안의 하나다.

23일 반기문(潘基文)외교통상부차관과 이날 내한한 로익 엔킨 프랑스 외무부차관간의 양국 정책협의회에서도 이 문제가 논의됐지만 ‘신속한 해결을 위해 노력한다’는 원칙론만 되풀이된 것으로 알려졌다.

93년 한-프랑스 정상회담에서 ‘교류방식에 의한 무기한 대여(貸與)’라는 해결 원칙에 합의했을 때만 해도 외규장각 도서는 곧 바다를 건너올 듯했다. 그러나 프랑스측은 “‘교류’도서는 외규장각 도서만큼의 역사적 가치가 있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우리측이 제시한 교류도서 목록을 세차례나 퇴짜놓았다.

98년 양측은 정부간 협상에는 한계가 있다는 데 공감하고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의 제의로 전문가 협상으로 논의방식을 바꿨다. 그러나 전문가협상에서도 뚜렷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프랑스측 자크 살루아 감사원 최고심의위원과 우리측 한상진(韓相震)한국정신문화연구원장은 지난해 두차례의 협상에 이어 7월 서울에서 3차 협상을 가질 예정이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태.

프랑스 국립도서관 사서들의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프랑스가 보관중인 어람용(御覽用) 외규장각 도서를 우리나라에 있는 필사본과 맞바꾸는 방안이 논의되기도 했다. 그러나 “약탈당한 도서를 찾아오는 데 왜 그래야 하느냐”는 국내 학계의 반발로 흐지부지된 상태.

정부 관계자는 “문화재 반환 협상은 ‘선물’의 형식을 빌려 언제 옮겨졌는지도 모르게 조용히 진행돼야 하는데 외규장각 도서반환 문제는 너무 많이 알려져 양측 모두를 만족시키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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