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평화협상 돌파구 보인다…이-시리아 골란반환 협의

  • 입력 2000년 1월 5일 20시 00분


새천년 들어 중동 평화협상이 급류를 타고 있다. 이스라엘-시리아,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이스라엘-레바논간에 잇따라 회담이 열리기 때문이다.

특히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중재로 3일부터 미 웨스트버지니아주 셰퍼즈타운에서 만난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총리와 파루크 알 샤라 시리아 외무장관은 4일 골란고원의 시리아 반환과 이스라엘 안전보장 문제를 연계해 논의한다는 데 합의했다. 또 골란고원 반환 이후 국경선 확정 및 수자원 배분 문제를 다룰 2개 위원회가 구체적 협상에 들어갔다. 이는 앞으로 일주일 이상 계속될 평화회담의 청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2개월간 연기했던 요르단강 서안의 5% 지역에서의 이스라엘군 철수를 6일까지 끝내기로 4일 합의했다. 20일부터는 요르단강 서안의 나머지 6.1% 지역에서 추가철수키로 했다. 클린턴 대통령과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동예루살렘의 지위,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창설 여부 등 핵심쟁점을 풀기 위해 20일 워싱턴에서 회담을 갖기로 했다. 이스라엘과 시리아간 평화회담이 끝나면 레바논과 이스라엘간의 평화회담도 재개된다.

이처럼 중동평화회담 당사국간의 발걸음이 빨라진 것은 임기말을 맞은 클린턴 대통령이 외교대통령의 이미지를 얻기 위해 적극 중재에 나섰기 때문이다. 회담 당사국들도 적극적이다. 올해를 놓치면 내부 강경파의 반발 때문에 평화회담은 다시 요원해질 공산이 크다. 우선 이스라엘의 바라크 정부는 군사력면에서 주변국을 압도해 골란고원이나 레바논 남부를 넘겨주더라도 안보측면에서 큰 위협요인은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시리아로부터의 보다 확실한 안보보장과 함께 미국으로부터 더 많은 첨단무기와 평화지원금을 챙기려 하고 있다.

아라파트 수반도 지난해 독립국가 선포를 연기한만큼 올해 가시적 성과를 거둬야 할 사정이다. 병고에 시달리는 하페즈 알 아사드 시리아대통령은 이번 기회에 골란고원을 되돌려받고 미국의 경제제재에서 벗어나려는 욕심을 갖고 있다. 아들 바슈라에게 보다 공고한 후계체제를 물려주고 싶은 때문이다.

현재 중동지역 안팎의 분위기로 보아 이스라엘이 67년 제3차 중동전 때 요르단강서안과 동예루살렘(팔레스타인), 골란고원(시리아)을 점령함으로써 깊어진 악연의 고리를 풀 가능성이 어느때보다 크다. 20일까지 열리는 평화회담에 주목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윤양섭기자>laila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