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엔화 약세등 「삼각 外風」에 흔들

  • 입력 1998년 8월 13일 07시 19분


엔화의 초약세가 거듭되고 위안화 절하 압력에다 인도네시아의 경제불안이 걷잡을 수 없는 사태의 가능성을 예고하면서 한국 경제가 ‘아시아권 동시 붕괴’라는 초대형 태풍권에 놓였다.

국제통화기금(IMF)사태이후 실물부문과 금융 자본시장의 개방이 동시에 가속화하자 국내경제는 구조조정 노사문제 등 대내적 요인보다는 해외요인에 완전히 좌우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등 민간경제연구소의 경제전문가들은 “해외상황에 따라 수출입은 물론 경제성장률 자체도 극심한 영향을 받고 있으며 앞으로 이같은 현상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해외 상황에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것은 수출 등 실물부문.

무역협회에 따르면 엔화에 대한 원화가치가 10% 올라갈 때 우리나라 연간 수출은 46억달러가 감소하고 수입은 9억달러 감소해 경상수지가 37억달러 가량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무역협회가 당초 원―엔화 환율을 1천1백원 기준으로 올 수출이 1천3백60억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했으나 환율이 이미 9백원대로 떨어졌고 머지않아 8백원대로 떨어지면 올 수출예상치(1천3백60억달러)의 3∼4%를 차지하는 50억달러 가량이 감소한다는 계산이다.

또 국산 상품의 50% 이상이 일본상품에 경쟁력을 잃어가는 상황에서 우리 상품의 20∼30%와 경쟁관계에 있는 중국이 위안화를 절하할 경우 우리 수출품은 해외에서 발붙일 곳을 잃는다는 우려도 높다. 뿐만 아니라 해외요인은 작년이후 급격히 개방된 금융부문에 더 큰 영향을 미쳐 엔―위안화 환율에 따라 국내 증시가 춤추고 국내 자금사정이 급격하게 변동하는 등 불안정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더욱이 정부나 기업 모두 구조적으로 급변하는 해외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해 사태가 더욱 악화하고 있는데도 자각증상이 없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이들은 경고한다. 현대경제연구원 정순원전무는 “한국의 위기 대응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정부나 기업이 지나치게 국내요인에만 집착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해외 상황변화를 면밀히 분석, 외교와 경제정책의 우선순위에 적극 반영하는 것이 긴요하다”고 지적했다.〈이영이기자〉

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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