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교역 유례없이 『썰렁』…수입원자재 값올라

  • 입력 1998년 2월 8일 20시 48분


일본에 진출해 있는 한국 종합상사들은 요즘 죽을 맛이다. 외환위기와 국제신용도 추락으로 한국이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에 들어가면서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던 비정상적인 무역양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자체 신용만으로 수출입에 애로가 없었던 대기업조차 이제는 일본 은행이나 종합상사의 보증을 받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입니다. 당연히 추가비용이 따르게 마련이죠.” LG그룹 일본 현지법인인 LG자판 금병주(琴秉周)사장은 “외환위기에 따른 원화 약세에도 불구하고 일본에서 한국 기업의 설 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우려했다. 원화 약세로 대일(對日) 가격경쟁력이 높아진데다 자금 확보를 위해 각 기업이 수출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올들어 대일 수출은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다. 그러나 달러나 엔화기준 수출가격을 종전보다 20% 안팎이나 낮춘데다 각종 부대비용의 추가 발생으로 채산성은 점차 떨어지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의 전망이 더 어둡다는 것. 대부분 외국에서 들여오는 원자재와 부자재 가격이 올라 원가 상승요인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일본이 4월부터 한국 등에 대한 일반특혜관세(GSP)를 폐지할 예정이어서 대일 수출가격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대일 수출가격이 t당 2천달러 내외인 동선(銅線)의 경우 GSP 폐지로 1백달러 정도 높아진다. 일본 재계 역시 고민이 적지 않다. 한국 정부와 기업의 ‘허리띠 졸라매기’가 본격화하면서 대한(對韓)수출이 어렵다는 비명이 곳곳에서 들려온다. 일본의 대한 공작기계 수출액은 최근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한국 기업들이 당초 예정된 수입상담을 취소하는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주일(駐日) 한국대사관 박천진(朴天津)1등서기관은 “한국제품의 낮은 경쟁력과 일본의 국내불황으로 대일수출이 줄어든데다 국내경기 침체와 IMF한파로 일본으로부터 자본재 수입이 격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일거래에서는 수출감소뿐만 아니라 수입감소도 바람직하지 않은 면이 있다”며 “대일 무역적자 축소는 설비수입의 축소가 아니라 적극적인 수출증가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쿄〓권순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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