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말싸미’ 감독이 관객 향한 ‘존중’ 담은 글을 쓴 이유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7월 29일 13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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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랏말싸미’ 조철현 감독. 스포츠동아DB
영화 ‘나랏말싸미’ 조철현 감독. 스포츠동아DB
“관객 여러분의 마음을 존중하고, 많은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영화 ‘나랏말싸미’(제작 영화사 두둥)를 기획하고 시나리오를 써 연출을 맡은 조철현 감독(60)이 관객에 감사를 표했다. 개봉 전후로 나오는 다양한 반응을 “존중한다”고도 말했다. 그는 29일 관객에 전하는 이메일을 통해 최근 영화를 둘러싸고 나오는 여러 의견과 상황에 ‘존중’의 뜻을 담담히 드러냈다.

24일 개봉한 ‘나랏말싸미’는 영화 한 편이 견디기 벅찰 정도의 여러 ‘어려움’에 연이어 직면하고 있다. 영화가 제대로 관객에 소개되기 전부터 주연 배우의 안타까운 부고가 전해졌고, 뒤이어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까지 제기됐다가 기각됐다. 누구도 의도하지 않은, 예상치 못한 상황이다. 이 때까지도 ‘작품으로 평가받겠다’는 제작진의 의지는 강했다. 개봉 전 이뤄진 시사회를 통해서도 작품을 향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물론 세종대왕의 한글창제 과정을 관객이 느끼기에 ‘낯선 가설’로 접근한 점, 수없이 배우고 익힌 한글창제를 좀 더 입체적으로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취한 진지하면서도 진중한 태도 등으로 상업영화가 갖춰야 할 ‘대중성’의 측면에서는 부족하다는 지적 역시 뒤따랐다. 때문에 더더욱 영화를 본 관객의 평가가 중요한 영화라는 예측이 나왔다.

● 공개되기도 전 제기된 논란, 소통 기회 없어 속수무책

하지만 영화가 관객에 공개되기 전부터 ‘나랏말싸미’는 이른바 ‘역사왜곡’ 논란에 휘말렸다. 제작진이 여러 차례 역사를 바탕에 뒀지만 허구의 상황을 가미했다고 설명했고 “한글창제 ‘가설’ 중 하나를 영화로 옮겼다”는 자막까지 영화 서두에 삽입했지만 이런 ‘전제’는 철저히 외면당했다.

SNS와 댓글, 그리고 일부 온라인 게시판 등을 통해 ‘역사왜곡’을 지적하는 이들의 주장은 ‘세종대왕이 아닌 스님(신미스님·영화 속 박해일 역)이 한글을 만들었다는 내용은 역사왜곡’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초반 이렇게 시작된 주장은 시간이 흐를수록 무차별적인 공격 양상을 보이면서 포털사이트 ‘1점 평점 테러’를 넘어 감독과 주연배우를 향한 악의적인 ‘맹공’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영화 한 편이 관객으로부터 외면받고, 악평이나 혹평의 대상에 놓일 수는 있지만 지금처럼 무차별적인 공격에 처하기는 상당히 이례적이다.

그 영향은 영화 스코어로 곧장 드러나고 있다. 최근 들어 더욱 빠르게 확산되는 ‘입소문’ 탓에 ‘나랏말싸미’는 개봉 당일 박스오피스 1위로 출발했지만 첫 주말 동안 관객이 감소해 일요일인 28일 16만5766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동원에 그쳤다. 24일부터 28일까지 누적관객은 75만5692명이다. 7~8월 여름 시즌을 겨냥해 개봉하는 한국영화 대작의 첫 주 성적으로는 부진한 기록이다. 게다가 31일에는 ‘엑시트’와 ‘사자’가 개봉하고 ‘알라딘’ 등 디즈니 외화의 기세도 여전한 상황에서 ‘나랏말싸미’는 반등의 기회를 잡기 어렵다는 게 현실적인 전망이다.

영화계 안팎에서 꺼내는 우려는 ‘나랏말싸미’의 흥행 성패에 있지 않다. 공들여 제작한 한 편의 영화가 채 개봉도 하기 전 일방적인 논란에 휘말리고, 그로 인해 제대로 평가받을 기회조차 박탈당하는 상황에 우려와 걱정의 목소리가 향하고 있다.

심지어 ‘나랏말싸미’의 경우 주연배우 부고에 따른 추모와 애도의 뜻을 모아 주연 배우들은 물론 감독과 제작진 누구도 인터뷰나 관객과의 대화 및 무대인사 등을 진행하지 않았다. 영화를 충분히 설명하고 그 기획의도를 전하는 기회가 없었다는 의미다.

영화계 한 관계자는 29일 “관객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이런 논란이 제기된 탓에 어떻게 설명할 수도 없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나랏말싸미’의 조철현 감독이 29일 이메일을 통해 “고뇌와 상처, 번민을 딛고 남은 목숨까지 바꿔가며 백성을 위해 문자를 만든 애민정신과 세상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드는 군주”의 세종대왕을 그리고자 했다고 말했다.

30년간 영화계에 몸담으면서 영화 기획과 제작, ‘사도’ 등 영화의 시나리오 작가로도 활동한 조철현 감독은 10년 전부터 세종대왕과 한글을 소재로 하는 영화 기획에 몰두해왔다. ‘나랏말싸미’는 그 결과물이자 역사를 바탕에 두고 탄생하는 숱한 창작물 가운데 하나다.

이메일 말미, 감독은 “수년간 세종과 한글을 마음에 품었기에 반감을 표하는 분들의 마음을 안다”며 “진심을 전달하고자 하는 소통과 노력의 부족으로 이런 점이 충분히 전달되지 못했던 점을 너무나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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