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손여은, 욕 먹을 각오했는데, 여성팬들 깜짝 응원…용기 내서 더 독기 뿜었죠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10월 19일 06시 57분


최근 종영한 SBS ‘언니는 살아있다’에서 악역을 맡았던 손여은은 낯선 캐릭터를 잘 소화해냈다는 만족감에 “올해는 뿌듯한 한 해”라고 말했다. 사진제공|제이와이드컴퍼니
최근 종영한 SBS ‘언니는 살아있다’에서 악역을 맡았던 손여은은 낯선 캐릭터를 잘 소화해냈다는 만족감에 “올해는 뿌듯한 한 해”라고 말했다. 사진제공|제이와이드컴퍼니
■ 드라마 ‘언니는 살아있다’ 첫 악역 호평 손·여·은

매회 악 썼더니 어질…쓰러지겠다 싶었죠
막장 캐릭터? 연기 폭 넓히는 계기
한 순간일지라도 작은 울림 주는 배우 꿈꿔요

2017년이 저물려면 아직 두 달이 남았지만, 연기자 손여은(34)은 벌써 “올 한 해는 뿌듯하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많은 사람들은 하루 보내기도 벅차, 어제 일도 기억나지 않는 일이 허다하다지만 손여은은 차분히 1월부터 지금까지를 곱씹어본다. 그의 취미는 “아침에 일어나 벽을 바라보고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다. 자연스레 머릿속에는 그동안 보내온 일들이 차례차례 그려진다. SBS 드라마 ‘피고인’으로 시작해 13일 종영한 ‘언니는 살아있다’까지의 시간들이다.

손여은이 “단언컨대 뿌듯하다”고 표현할 수 있는 자신감은 악역을 완수했기 때문이다. 그는 “‘해야 한다’는 강한 의지와 함께 걱정도 컸다. 처음 해보는 악역이어서 ‘잘 할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질문하며 시작했다”고 했다. 다행히 극악무도한 설정의 캐릭터를 제대로 표현한 덕에 “‘여리여리할’ 것만 같았던 이미지”에서 그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됐다.

“당연히 욕을 먹고 미움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여성 시청자들이 특히 좋아해줘 감사하고 행복하다. 스스로도 기가 세고 화려한 메이크업을 한 캐릭터를 할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

배우 손여은. 사진|언니는 살아있다 캡쳐
배우 손여은. 사진|언니는 살아있다 캡쳐

현실에서는 일어나기 매우 어려운 설정으로 인해 일부 시청자로부터 ‘막장’이라는 비난이 쏟아졌지만, 손여은은 “스펙터클한 전개이지 않았나”라고 미소를 보인다. 이어 “캐릭터에 동화돼 그의 행동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이성적으로는 어려울 수 있겠지만)점차 본능적으로 그러한 행동이 나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설명했다.

“연기할 때마다 생각한다.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는 것 아닌가라고. 하하! 그래서 연기를 하며 사람을 이해하는 폭이 넓어지는 것 같다. 저와 똑같은 성격의 캐릭터를 만나는 건 어렵지 않나. 최대한 그 캐릭터에 가까워지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다.”

이 결정을 하기까지는 늘 망설임의 시간을 갖는다. 성격상 평소에는 안정적인 것을 선호하지만, 연기에 있어서는 도전을 추구한다. 손여은의 도전정신이 발휘되는 유일한 무대가 연기인 것이다. 그는 “작품을 시작하기 전에는 항상 두려운 마음이다. ‘내가 이 캐릭터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다. 그런데 이게 참 묘하다. 힘들게 도전해서 좋은 결과를 얻으면 이것만큼 그렇게 보람 있는 게 없다. 시작하기 직전까지 고민하고 막상 시작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잊곤 한다”며 웃는다.

그렇게 8개월을 달려왔다. 거의 매회 소리를 질러 머리가 어지러운 경험을 여러 차례 겪었다. ‘이러다 쓰러지겠다’ 하면서도 어느새 종착점에 무사히 도착했다. 예상 외로 악역의 체력적 소모가 커 한동안 끊고 지냈던 필라테스와 수영으로 체력을 단련해야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체력을 단련한 후에 할 일은 ‘마인드’를 다스리는 일이다. 동아대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손여은은 집에서 시간이 날 때마다 피아노를 친다. 그날 기분에 따라 선곡하거나 TV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듣고 마음에 들면 바로 악보에 코드를 옮겨 적어 연주한다. “특별한 취미라고 할 만한 게 없는” 손여은에게 건반을 두드리며 노래를 흥얼거리는 시간이 ‘일상 속의 행복’이다.

배우 손여은. 사진제공|제이와이드컴퍼니
배우 손여은. 사진제공|제이와이드컴퍼니

“부모님께서는 피아노를 계속하길 바라셔서 연기를 반대하셨지만 음악이나 연기나 똑같은 예술이지 않나.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직업, 예술을 표현하는 방법이 다를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피아노는 앞으로 언제든 칠 수 있는 일이기에, 연기를 포기할 수 없었다.”

서른 중반이지만 ‘아이 같다’는 말은 그에게 언제나 기분 좋은 일이다. 손여은은 “잘못 말하면 ‘철이 없다’고 하실 수도 있는데(웃음), 연기하는 데 있어 순수함은 캐릭터의 성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어 장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어느덧 연기를 시작한 지 13년차. 연기를 하고 싶지만 “작품이 없어” 못하고, “소속사 문제”로 못하는 등 적잖은 시련의 세월을 보냈다. 가장 큰 아픔은 “연기를 못해서” 생긴 공백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 시간들이 있었기에 발전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제 연기가 순간일지라도 사람들의 삶에 아주 작은 영향을 끼쳤으면 좋겠다. 그럴 때마다 연기하기 잘했다는 생각을 한다. 그동안 저 스스로 기대했던 일이 일어난 적은 없지만 올해는 조금 다른 것 같다.(웃음)”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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