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시대에 다가오는 흑백영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4일 03시 00분


코멘트

‘동주’ ‘춘몽’ 등 화제작 쏟아져
독특한 질감-리얼리티, 묘한 매력
제작비도 컬러영화의 10분의 1

사람들의 눈에 비친 세상은 형형색색이다. 흑백 화면이 비현실적이면서 묘한 매력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사진은 영화 ‘동주’의 한 장면. 메가박스 제공
사람들의 눈에 비친 세상은 형형색색이다. 흑백 화면이 비현실적이면서 묘한 매력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사진은 영화 ‘동주’의 한 장면. 메가박스 제공
 스크린에 흑백영화 바람이 불고 있다.

 올해 초 흑백영화의 한계를 딛고 116만 관객을 기록한 ‘동주’를 시작으로 이무영 감독의 ‘한강블루스’,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춘몽’까지 주목할 만한 작품들이 속속 제작되고 있다. 온갖 고급 기술이 접목된 화려한 영화가 넘쳐나는 요즘, 감독들은 왜 흑백 화면을 선택하는 걸까.

 흑백 화면은 무엇보다 영화의 분위기를 살려주는 좋은 장치가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한 여자를 두고 벌어지는 세 남자의 독특한 사랑 이야기를 담은 영화 ‘춘몽’이 대표적이다. 장률 감독은 “영화의 촬영지인 가난한 동네 수색역 인근에서 2, 3년간 살았던 적이 있는데 수색역을 떠올리면 도무지 컬러가 떠오르지 않았다”며 “흑백 질감의 공간에 사는 사람들에게도 언젠가는 연두색 컬러의 봄이 오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담았다”고 전했다. 감독 특유의 감성에 흑백의 묘한 매력이 더해져 영화엔 신비로운 분위기가 감돈다.

 영화의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흑백을 선택하기도 한다. 오랜만에 만들어진 흑백영화로 손익분기점까지 넘기며 흥행에도 비교적 성공한 ‘동주’가 그렇다. 이준익 감독은 “우리가 기억하는 윤동주는 흑백사진 속에만 있기 때문에 흑백영화로 만들지 않으면 윤동주의 상이 깨질 우려가 있었다”고 제작 동기를 밝혔다. 흑백으로 표현되다 보니 배우의 표정과 대사 하나 하나에 더욱 몰입하게 된다.

 흑백을 선택한 이유가 주제의식과 직접 맞닿은 경우도 있다. 지난달 22일 개봉한 ‘한강블루스’는 서울이라는 도시와 그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한강 물에 빠진 젊은 사제가 자신을 구해 준 노숙인들의 생활에 동참하면서 인간이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삶을 용서하고 화해하는지를 그렸다. 이 영화는 ‘공동경비구역 JSA’ ‘복수는 나의 것’ 등 각본가로 유명한 이무영 감독 작품이다. 감독은 “세상에서 소외된 노숙인들의 이야기를 담는 데 화려한 컬러보다는 흑백이 더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겨울을 흑백으로 촬영하면 어수선한 이미지가 더 좋은 예술적 이미지로 살아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제작비 절감도 흑백영화의 매력이다. 한 영화제작사 관계자는 “컬러로 영화를 제작하면 조명과 색 보정, 컴퓨터그래픽(CG) 후반 작업 등으로 흑백보다 통상 10배 정도의 비용이 든다. 비용은 적고 매력은 컬러영화 못잖은 흑백영화 제작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흑백영화#동주#춘몽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