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한 칸, 활짝 핀 한국영화

  • 입력 2009년 5월 21일 02시 56분


제62회 칸 영화제가 중반을 넘어선 가운데 한국 영화들이 시사회와 필름 마켓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위 사진은 ‘박쥐’의 신하균 송강호 김해숙 김옥빈 씨와 박찬욱 감독. 아래는 ‘마더’의 원빈 김혜자 씨와 봉준호 감독, 진구 씨(왼쪽부터). 칸=연합뉴스
제62회 칸 영화제가 중반을 넘어선 가운데 한국 영화들이 시사회와 필름 마켓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위 사진은 ‘박쥐’의 신하균 송강호 김해숙 김옥빈 씨와 박찬욱 감독. 아래는 ‘마더’의 원빈 김혜자 씨와 봉준호 감독, 진구 씨(왼쪽부터). 칸=연합뉴스
《14일(한국 시간) 개막한 제62회 칸영화제가 중반을 넘어선 가운데 거장들의 신작 틈새에서 한국영화 ‘박쥐’와 ‘마더’가 화제작 목록의 한자리를 차지했다. 영화제와 함께 문을 연 필름마켓은 세계적인 경제위기와 신종 인플루엔자A(H1N1)의 여파로 활력을 잃었지만 한국 영화는 수출의 청신호를 켰다. 이 영화제는 25일 폐막한다.》

○‘박쥐’-엇갈린 평가, ‘마더’-긴 박수

뱀파이어가 된 사제의 욕망과 갈등을 그린 ‘박쥐’는 16일 경쟁 부문 초청작에 대한 예우로서는 비교적 긴, 8분간의 기립박수와 함께 공식 상영을 마쳤다. 전날 언론 시사에서는 잔혹한 장면에 구토 증세를 보이거나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사람도 있었다.

그만큼 평가도 엇갈렸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2004년 심사위원대상 수상작 ‘올드보이’의 성취 이상을 얻어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버라이어티는 “진정한 영감을 수혈해야 할 어두운 코미디”라며 부정적 평가를 내렸다.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의 ‘마더’(감독 봉준호)는 16일 오후 언론 시사에서도 이례적으로 긴 박수를 받았다. 이 작품은 살인 누명을 쓴 아들을 구하기 위해 세상과 처절한 투쟁에 나서는 엄마의 이야기를 스릴러와 미스터리의 구조로 그렸다. AFP, 버라이어티, 스크린 인터내셔널, 할리우드 리포터 등이 극찬에 가까운 호평을 전했다. 경쟁 부문 상영작으로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도 나왔으며 주연 김혜자도 많은 갈채를 받았다.

유럽 영화계에 잘 알려진 홍상수 감독은 ‘잘 알지도 못하면서’로 감독주간에 초청됐다. 스크린 인터내셔널은 “그의 영화 중 가장 재미있고 유쾌하다”며 특유의 유머가 가장 잘 드러난 영화로 평가했다.

○ 필름마켓 30% 감소 속 한국영화 약진

22일까지 문을 여는 칸 필름마켓은 이전과 비교해 바이어가 30% 줄어들어 예년만큼의 활기를 느낄 수 없다. 그러나 한국 영화는 ‘박쥐’와 ‘마더’를 비롯해 여러 영화가 팔리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박쥐’는 스페인 등 5개국에, ‘마더’는 홍콩 등 4개국에 각각 팔렸다. ‘추격자’를 연출한 나홍진 감독의 차기작 ‘살인자’는 시놉시스만으로 프랑스에 선(先)판매됐고 ‘여고괴담 다섯 번째 이야기: 동반자살’도 여름 개봉 전 3개국에 먼저 팔렸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와 ‘해운대’ ‘똥파리’ ‘7급 공무원’ ‘김씨표류기’ ‘불꽃처럼 나비처럼’ 등도 인기를 끌었다.

영화진흥위원회 이건상 국제사업팀장은 20일 “최종 집계를 해봐야겠지만 현재로서는 지난해보다 실적이 좋아졌다”고 밝혔다. 해외 판매대행사인 엠라인 손민경 대표도 “지난해보다 거래가 활발하다”며 “경기침체로 해외 시장의 영화 구매 방식이 더욱 신중한 상황이기 때문에 올해 활기가 더욱 눈에 띈다”고 말했다.

○ 명감독 경쟁 치열… 수상작은 ‘안갯속’

칸영화제의 클라이맥스는 황금종려상 등 주요 부문 수상작과 수상자. 하지만 ‘박쥐’의 수상 가능성 여부를 언급하는 국내 언론의 성급한 기대와는 달리 현지는 아직 어떤 전망도 섣부르다는 분위기다.

칸과 인연이 깊은 세계적 감독들의 작품이 하나씩 드러나면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리안 감독의 ‘테이킹 우드스톡’, 제인 캠피언의 ‘브라이트 스타’는 기대 밖의 실망감을 안겨줬다는 평이다. 그 대신 켄 로치의 ‘루킹 포 에릭’과 자크 오디아드 감독의 ‘예언자’가 호평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라스 폰 트리에의 ‘안티 크라이스트’는 적나라한 표현 방식으로 극단적 논란을 몰고 왔다. 프랑스 르 필름 프랑셰의 비평가들은 아예 별점을 주지 않은 사람부터 3개까지 평가의 극단을 내달렸다. 시사에서는 표현의 과도함 때문에 일각의 야유가 쏟아졌고 19일과 20일로 예정됐던 마켓 시사가 정전으로 취소돼 난데없는 ‘음모설’까지 등장했다.

칸=윤여수 스포츠동아 기자 tadada@donga.com


▲동아닷컴 박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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