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작전, 김빠진 스릴… 영화 ‘작전명 발키리’

  • 입력 2009년 1월 20일 03시 00분


배우 톰 크루즈와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만난 영화 ‘작전명 발키리’. 사진 제공 이십세기폭스코리아
배우 톰 크루즈와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만난 영화 ‘작전명 발키리’. 사진 제공 이십세기폭스코리아
발키리 작전은 히틀러가 자신의 암살에 대비해 준비해둔 비상대책이었다. 히틀러가 축출당하면 이 작전이 발동되고, 독일 예비군이 정부기관을 장악해 나치 정권을 지킨다는 계획이다.

1944년 7월 20일. 레지스탕스에 가담한 독일군 슈타우펜베르크 대령(톰 크루즈)은 이 작전을 역이용해 히틀러 암살을 공모하고 이를 친위대가 주도한 것처럼 꾸민다. 하지만 작전은 실패했다. 죽은 줄 알았던 히틀러는 찰과상만 입고 관련자들은 그날 총살된다.

22일 개봉하는 영화 ‘작전명 발키리’를 보기 전, 관객들은 적어도 한 가지 사실은 분명히 알고 있다. 히틀러가 암살이 아닌 자살로 죽었다는 것. 그러니 작품 속에서 이 작전이 실패로 끝난다는 것을 예측하기 어렵지 않다. 관객들은 주인공의 운명이 암살 실패와 보복, 처형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톰 크루즈와 ‘유주얼 서스펙트’의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만난 이 영화는 이 대목에서 결정적인 약점을 지니고 있다.

싱어 감독은 18일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영화 ‘타이타닉’처럼 결말은 뻔히 알지만 등장인물들의 운명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서스펜스를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작품은 감독의 의도와 달리 뻔히 보이는 작전 과정에서 긴장의 끈을 살리지 못한다. 그저 암살을 계획했고 수행했으나 실패했고 처형됐다.

극중 인물들의 예정된 비극이 공감을 얻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다큐멘터리에서는 통할지 몰라도, 극적 긴장으로 관객의 시선을 잡아야 하는 영화에서 어울리는 효과는 아닌 듯하다. 작전에 들어가기까지 길게 늘어지는 앞부분은 전쟁 영화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은 여성 관객들을 졸리게 할 수도 있다.

‘발키리 작전’은 모두 15번의 히틀러 암살 시도 중에서 비교적 성공에 근접했던 작전이다. 히틀러의 눈앞에 폭탄을 놓았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극적 긴장 요소가 모자라는 영화 ‘작전명 발키리’는 ‘실패한 흥행 작전’으로 끝날 조짐이 크다. 12세 이상.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