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팡질팡 원칙없는 정치판을 비웃다… 개그콘서트 ‘같기道’

  • 입력 2007년 3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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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개그콘서트’ ‘같기道’ 코너의 이상구 김준호 홍인규 박성호 이상민 이상호(왼쪽부터). 이종승 기자
KBS 2TV ‘개그콘서트’ ‘같기道’ 코너의 이상구 김준호 홍인규 박성호 이상민 이상호(왼쪽부터). 이종승 기자
《“이건 여권인 것도 아니고 야당인 것도 아니여∼.” “대선 출마한다는 것도 아니고 안 한다는 것도 아니여∼.” 요즘 ‘이랬다저랬다’ 하는 일부 정치인의 행태를 풍자하는 유행어 ‘같기도’ 유머가 인기다. 유행어의 진원지는 KBS2 ‘개그콘서트’(일 오후 8시 55분) ‘같기道(도)’ 코너다. ‘같기道’의 달인 김준호가 제자(홍인규 이상구)에게 무공(같기도)을 가르치고 이를 통해 라이벌(박성호)과 대결을 벌인다는 줄거리다. 이들은 애매한 상황에 처하면 목을 돌리는 막춤을 추면서 “∼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고 말한다. 이 코너는 춤을 이용한 무공 개그를 표방해 ‘같기도’ 중 ‘도’를 도(道)로 표현한다. 문화평론가들은 “원칙 없는 정치인, 뚜렷한 소신을 가지고 싶지만 갈팡질팡하며 살아가는 소시민의 모습이 투영된 웃음”이라고 말한다. ‘같기도’의 주인공 박성호(33), 김준호(32), 홍인규(28), 이상민(27), 이상호(27), 이상구(25)를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만났다.》

▽김준호=인기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웃음). 애매함이 판치는 사회상을 반영하는 것으로 시청자들이 받아들이는 것 같다. 평소 성호 형이 장난치는 게 선배 같기도 하고 후배 같기도 하다. 이렇게 생활에서 나온 상황을 개그로 만든 건데… (처음에는 몸의 관절을 꺾는 ‘각기춤’을 이용한 개그를 기획해 코너 이름이 ‘각기도’였다).

▽박성호=정치인들이 ‘이랬다저랬다’ 하는 행태를 재미있게 풍자할 방법이 없었다. 같기도가 그 부분을 해낸 것 같다. 더구나 갈등 상황에 부닥치면 보통 사람들은 우유부단해지지 않은가? ‘같기도’는 솔직한 우리 모습인 듯하다.

▽이상구=맞다. 얼마 전 특별 사면을 본 주변 친구가 ‘이건 국민을 위한 것도 아니고 윗사람을 위한 것도 아니여’라고 하더라.

이들은 ‘같기도’ 코너에서 가수 ‘비’의 춤을 멋지게 추다가 갑자기 막춤을 추며 “이건 비도 아니고 통 아저씨도 아니여∼”라고 외친다. 그 ‘같기도’ 비결을 전수해 달라고 했다.

▽홍인규=주의해라. 일단 위험한 아니, 애매한 상황에서만 ‘같기도’를 써야 한다. 우선 목을 좌우로 상대를 약 올리듯 천천히 돌려라. 목을 좌우로 움직이는 모습은 이것도 저것도 아닌 상황을 묘사한다. 그리고 뒤에 나오는 말에 포인트를 주는 게 중요하다. 내가 지난해 장가갔는데도 너무 어려 보여 ‘이건 애도 아니고 어른도 아니여’란 소리를 자주 듣는다. 이때 말의 강세는 동안과 안 어울리는 ‘어른’에 둬야 한다. 말투는 충청도 사투리에 억양을 전라도 사투리로 해야 하고.

이들은 최근에는 ‘같기도’를 펼친 뒤 ‘이건 뭐다’는 식으로 결론을 내리기 시작했다. 반쯤 눈을 뜬 후 ‘이건 윙크한 것도 아니고 안 한 것도 아니여’라고 말하면 옆에서 ‘바보네’라고 핀잔주는 식이다. 정치인들에 대한 경종일까?

▽김준호=어찌됐건 높으신 분들이 하는 행동이 웃기니까 우리 유머 코드가 거기에 들어간 것이라고 본다. ‘같기도’에 인용된 정치인이라면 진정한 정치인이 아니라 애매한 사람일 수 있지 않을까? 이건 국회의원도 아니고 국민도 아니여∼(웃음). 악플러들에게도 ‘같기도’를 전수하고 싶다. 반어적으로 풍자하는 게 고단수다.

▽정승호=정치인이 개그맨 같기도 하고 정치인 같기도 하니…. 우리야 개그맨이니 같기도를 많이 써도 좋지만 정치인들은 안 썼으면 좋겠다.

▽이상호=(정치인들을 가리켜) 같은 개그맨끼리 쓰는데 무슨 상관이냐(웃음).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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