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10대 외면받은 '10대의 반란'

  • 입력 2000년 7월 24일 18시 36분


SBS가 창사 특집으로 마련한 4부작 다큐멘터리 ‘10대의 반란’ 1,2부는 10대 시청자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1부 ‘출구없는 미로’, 2부 ‘길위에 선 아이들’이 토 일 연속 방영됐지만 SBS 홈페이지에 들어온 10대의 의견은 10건도 안됐다. 23일 방영한 ‘생방송 인기가요’에 대해 수십건의 의견이 게재된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머리를 짓누르는 대학, 부모와의 갈등, 가출, 자퇴 등을 다뤘는데도 그들은 왜 ‘10대의 반란’에 동조하지 않을까.

“너무 잘 알기 때문이죠. 자기들 주변에서 연일 일어나는 일인데 재미있을리 있겠어요.”(전직 교사 이모씨)

그러나 이 프로를 통해 부모들이 받은 충격은 적지 않았다.

호주에서 5년간 살다 온 박명설씨(39)는 “10대들이 공부에 매몰되고 빗나가는 것을 지켜보면서 우리 아이도 그럴까봐 걱정했다”고 말했다.

즉 ‘10대의 반란’은 부모 등 기성 세대에게 고민을 요구하는 프로그램인 것이다. 1부는 한국의 청소년이 ‘지상 최대의 목표’인 대학에 가기 위해 얼마나 정신적으로 황폐해지고 있는지를 프랑스, 미국의 사례와 비교해 충격을 줬다.

정우진군(개포고 1년)은 밤 12시가 돼서야 친구들과 모여 농구를 한다. 정작 관심있는 디자인 공부는 영어와 수학을 다 하고 나서야 자투리 시간에 할 수 있다.

그러나 프랑스의 마리 클레티르는 학교와 가정 생활이 풍요롭다. 미국의 청소년 브라이언 론스트런은 공부는 상위권이 아니지만 공부를 강요당하지 않고 일부 과목은 즐기면서 공부한다. 10년뒤 이들 셋의 경쟁력이 어떨지 궁금해지는 대목이었다.

2부는 문제를 제기하는 구성 방식이 돋보였다. 청소년들이 직접 제작한 세 편의 비디오를 통해 10대가 반란하는 이유를 가감없이 알린 것. 특히 가출이나 자퇴한 청소년이 스튜디오에 출연해 ‘부모나 학교의 사랑과 이해’를 해답으로 내놓는 대목은 청소년 문제의 해결책이 어디에 있는가를 다시한번 일깨웠다.

‘10대의 반란’은 29일 3부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밤9시50분), 30일 4부 ‘꿈꾸는 아이들’(밤10시50분)로 이어진다. 청소년들이 얼마나 가혹하게 시달리고 있는지 그들의 생각은 부모와 얼마나 다른지를

<허엽기자>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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