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칸영화제]<춘향전>기자시사회 반응

  • 입력 2000년 5월 18일 10시 09분


한국영화 사상 최초로 칸 영화제 장편경쟁 부문에 오른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의 첫 기자시사회가 16일(현지시각) 오후 7시 드뷔시홀에서 열렸다. 이날 객석 8백석을 거의 가득 메운 세계 각국의 기자와 평론가들은 1시간59분 동안 독특한 형식의 역사극에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스크린에 아무 것도 투사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창 조상현의 판소리가 갑자기 터져 나오면서부터 관객의 반응은 나타났다. 잠시 웅성웅성하던 관객들은 극장에서 조 명창이 판소리를 공연하는 오프닝 장면이 끝나자 마치 콘서트 한 대목을 본 사람들처럼 박수를 쳤다. 본능이 틀리지 않는다면 그것은 다소 짓궂은 박수처럼 들렸다.

영화가 시작한 지 15분 정도가 지나면서 성급한 관객 한 명이 자리를 뜨는 게 눈에 띄었고 그 후로도 간간이 관객들의 퇴장이 이어졌다. 관객이 영화 상영 도중 자리를 뜨는 것은 다른 영화 상영 때와 마찬가지지만 장편 경쟁 부문에 출품된 작품들과 비교하면 실망스러운 수준은 아니었다. 리브 울만의 <페이스리스>나 오시마 나기사의 <고하토>보다는 퇴장 관객이 많았고 지앙 원의 <문밖에 귀신이 왔다>나 루이 구에라의 <에스트로보>보다는 적었다. 관객이 퇴장하면서 의자 접히는 소리가 나고 중얼거리는 소리가 클 때는 기자의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관객은 몇 대목에서 웃음을 터트렸다. 몽룡이 춘향과 밤을 희롱하기 위해 여러 겹의 옷을 벗을 때, 명창의 입을 빌려 몽룡이 춘향에게 '이리 오너라 앞 태를 보자'를 부를 때, 춘향이 수줍게 이불 속으로 들어갈 때 그랬다.

관객이 판소리 공연장을 찾아오는 장면과 관조적으로 간간히 등장했던 아름다운 풍광을 들어내 러닝 타임이 17분 줄어든 칸 버전은 전체적으로 판소리의 질탕하고 토속적인 사설의 맛이 통역 과정을 거치면서 많이 퇴색했다. 자연을 묘사하는 대목이나 내용이 관념적일 때 객석에서는 약간의 동요가 있었고 조 명창이 스크린에 투사되면서 장면이 전환될 때마다 의아해하는 듯했다.

영화를 본 독일의 영화제 '인터내셔널 포룸 데스 융엔 필름스'의 관계자인 에리카 그레고르는 "매우 인상적인 작품이다. 동양의 정서가 한껏 묻어나는 작품이다. 퇴장한 관객들은 이 영화의 독창성을 모르는 이들이다."라며 우호적인 반응을 보였고 이집트의 주간지 '굿 모닝'의 사바트 케이르 기자는 "한국의 문화가 담겨 있는 훌륭한 작품이다. 아름답다."고 했다.

그러나 독일 국영방송인 ZDF의 페터 파울 후스는 "노래 가사와 그림이 같은데 왜 그것을 이중으로 들려주고 보여주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며 "이야기 전개가 너무 느리고 다소 반복되는 노래는 문화의 차이를 느끼게 했다"고 말했다. 각본 없이 오래된 포크송을 영화로 만든 것이어서 그렇다고 설명해 주었지만 그것이 그의 마음을 돌려 놓을 수는 없을 듯했다.

영화를 본 관객의 반응은 엇갈렸지만 독특한 화법의 영화에서 새로운 것을 경험한 듯한 표정은 역력했다. <춘향뎐>은 17일 두 차례 공식상영됐다.

김태수(tskim@film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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