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돈 된다』충무로에 금융자본 「밀물」

  • 입력 1999년 3월 17일 18시 36분


대기업들이 떠나버린 한국영화 제작현장에 새로운 자금줄이 속속 몰려들고 있다. 이번에는 금융자본이 주축이다.

투자금융회사인 삼부 파이낸스는 16일 한국영화 제작, 배급사인 시네마서비스(대표 강우석)의 영화 7편에 32억원을 투자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앞으로 5년간 3백억원 가량을 영화산업에 투자할 뜻을 밝혔다.같은 날 CKD개발금융 이재동사장 농심그룹 신동익사장 등 기업인 10명은 ‘용가리’를 제작중인 제로나인 엔터테인먼트(대표 심형래)의 차기작품 제작비와 영상 테마파크 투자유치를 후원하기 위한 ‘엔젤 클럽’을 결성했다.

한국영화 제작현장에 돈이 몰려드는 까닭은 뭘까. 투자자들 사이에서 갑자기 한국영화에 대한 애정이 커져서가 아니다. 최근들어 한국영화 수익률이 높아졌다는, 순전히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다.

지난해 개봉한 한국영화 43편가운데 서울에서 2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한 영화는 10편. 성공률이 20%가 넘는데다 영화는 다른 상품에 비해 투자금 회수 기간이 빨라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다.

최근 삼성이 제작한 ‘쉬리’의 대흥행에 고무된 덕도 크다. 영상사업단을 해체한 삼성의 이건희회장조차 영화사업을 계속하라는 신낙균 문화관광부장관의 제안에 “예년 수준은 유지하겠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충무로로 자금이 몰리는 현상을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전체 관객의 수는 급증하지 않는 상황에서 제작편수만 많아지면 편당 수익성이 떨어지는 것이 당연지사. 그렇게 되면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몸이 가볍고 투기적인 속성이 강한 금융자본들은 쉽게 들어온 만큼 쉽게 우루루 빠져나갈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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