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 들어온 中 배터리, 국내사 특허까지 훔친다…보호장치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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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년 5월 12일 07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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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위 배터리사인 LG에너지솔루션이 580건의 전략특허를 탈취당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특허 분쟁’이 업계 화두로 떠올랐지만, 대기업 위주인 이차전지 제조사가 경쟁사로부터 특허 침해를 당해도 이를 방지·구제할 법적·정책적 장치가 사실상 전무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다수의 특허 침해는 중국 기업에 의해 벌어지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세계 최대 배터리 업체인 중국 CATL이 올 1분기를 기점으로 LG에너지솔루션을 밀어내고 비(非)중국 시장 점유율 1위를 꿰찬 가운데, 특허 침해까지 속수무책으로 당하면서 업계에 경종이 울리고 있다.

◇LG엔솔, 전략특허 580건 털렸다…“특허 침해 강경 대응”

12일 업계에 따르면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373220)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달 24일 “기업의 존속과 산업의 발전을 위해 지식재산권을 보호하고 무분별한 특허 침해에 엄중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식으로 ‘특허 로열티’(사용료)를 내지 않으면 소송 등 강력한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의지다.

LG에너지솔루션이 선전포고에 나선 배경에는 업계에 만연한 ‘기술 도용’이 자리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1분기 말 기준 업계 최다인 4만861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이중 경쟁사가 침해했거나 침해가 예상되는 ‘전략특허’는 1000여건, 이미 침해가 확인된 특허는 580건에 이른다.

특허 침해는 후발주자부터 선두기업까지 가리지 않고 벌어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유럽 각지에 전기차를 판매하는 A사 제품을 분석한 결과, 30건 이상의 특허 침해가 확인됐다. 휴대폰·노트북용 소형 배터리를 공급하는 B사도 LG에너지솔루션의 특허를 50건 이상 무단 사용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특허 침해 업체의 사명(社名)을 밝히진 않았지만, 대부분 중국 업체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과 달리 국내 배터리는 NCM·NCA 등 프리미엄 삼원계를 주력으로 삼는 데다, 차세대 배터리 기술력이 높아 해외 경쟁사의 표적이 되고 있다는 게 업계 공통된 목소리다.

한 업계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이 사실상 중국 경쟁사들에 선전포고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특허 분쟁은 주로 해외 경쟁사에 의한 경우가 많다”며 “분쟁 지역의 상당수가 중국”이라고 귀띔했다.

◇국가핵심기술 지정에도 특허는 사각지대…“자체 대응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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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배터리 관련 특허는 침해 사례가 벌어져도 국가 차원의 법적·정책적 조력을 받을 길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이차전지 관련 기술은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돼 있지만, 핵심 기술·인력의 불법적인 해외 유출을 막는 데만 치중해 있다. 특허 분쟁 지원 제도도 중소·중견기업이 주 대상이다.

현행 산업기술보호법과 국가첨단전략산업법은 △전략기술(핵심기술)의 해외 유출 및 비밀 유출 △전략기술보유자(핵심인재)의 해외 동종업계 이직 및 재취업에 대한 제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특허 등 지식재산권(IP)이 해외 경쟁사 등으로부터 탈취당한 경우에 대한 지원 조항은 없거나 모호하다.

정부 관계자는 “핵심 기술이 유출에 의해 침해됐다면 관련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지만, 특허 침해는 특허 제도 내에서 구제받을 수 있다”며 “침해 기술이 산업기술보호법의 보호 대상(국가핵심기술)인지도 따져봐야 할 일”이라고 했다. 특허청 관계자는 “해외 IP 분쟁 지원 제도가 있지만 대부분 지원 대상이 중소·중견기업인 경우가 많다”고 했다.

결국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대기업 위주인 배터리 기업은 법무팀 산하에 별도 조직을 두고 자체 대응하는 실정이다. 특허정보데이터베이스(WIPS)에 따르면 1분기 말 기준 LG에너지솔루션은 4만861건, 삼성SDI(006400)는 1만4573건, SK온은 4323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LG엔솔 “라이선스 사업 검토”…로열티 받고 수익 창출

LG에너지솔루션은 한 발 나아가 특허를 사고파는 ‘라이선스 사업’을 준비 중이다. 세계 최대 배터리 관련 기술 특허를 보유한 만큼, 로열티를 받고 특허권을 내주는 수익 사업을 벌이겠단 구상이다. 특허 사용 시장을 양성화해 불법 침해를 줄이는 한편 배터리 제조를 넘어 서비스업으로 사업다각화를 꾀하는 의미도 있다.

실제로 미국 퀄컴은 반도체 특허 기술을 제공하고 로열티를 받는 라이선스 사업을 캐시카우(cash cow·현금창출원) 중 하나로 삼고 있다. 퀄컴은 라이선스 사업으로만 매년 7조~8조 원의 매출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로열티 매출만 57억9200만 달러(약 7조9466억 원)에 달했다.

이한선 LG에너지솔루션 특허센터장(상무)은 지난달 로이터 인터뷰에서 “기술 주도권을 지키고 산업의 상생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특허권의 정당한 거래 시스템을 조성할 것”이라며 글로벌 특허 풀(Pool)을 구성해 단계적으로 라이선스화하고, 수익화 모델을 개발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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