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영업익 10배로 늘어… “반도체 긴 터널 끝났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6일 01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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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1조 후반, 5개 분기만에 흑자
전체 영업익 6.6조 어닝 서프라이즈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시장 회복과 신작 인공지능(AI) 스마트폰 ‘갤럭시 S24’ 시리즈 판매 호조로 1분기(1∼3월)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기록했다. 전체 영업이익은 1년 전의 10배로 뛰었고 반도체(DS)부문은 5개 분기 만에 흑자 전환해 “반도체 업계의 긴 터널이 끝났다”는 기대감이 커졌다.

삼성전자는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이 71조 원, 영업이익이 6조6000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5일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1.4% 증가해 5개 분기 만에 70조 원대를 회복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31.3% 뛰어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6조5700억 원)을 넘었다. 이는 증권가의 컨센서스(전망치 평균)인 5조4000억 원을 22.2%나 넘어선 수치다.

이날 잠정 실적 발표 이후 증권가는 메모리 반도체 다운사이클(침체기) 직격탄을 맞았던 DS부문이 1조대 원 후반의 영업이익을 내며 호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추정했다. DS부문은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서며 연간 14조8700억 원의 적자를 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2022년 4분기(10∼12월)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지난해 2분기(4∼6월) 삼성전자로 이어진 메모리 반도체 감산 효과가 본격적으로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AI 칩에 들어가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가치 제품 수요가 늘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안기현 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현재 메모리 상승 국면은 반도체 가격 상승과 서버 수요 증대에 기댄 측면이 크다”며 “모바일, PC 등 정보기술(IT) 기기 수요까지 회복되려면 미국 기준금리 완화 등 세계 경기 회복이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반도체-AI 갤럭시’ 쌍끌이 깜짝 실적… 美금리-中경기가 변수


삼성전자 1분기 영업익 6.6조
D램 감산효과, 재고 줄고 가격 올라
HBM 등 고부가 제품 판매비중 늘어
폰 출하 6000만대 회복, 영업익 3.8조
삼성전자가 5일 발표한 1분기(1∼3월) 잠정 실적은 증권가 전망치를 20% 이상 웃도는 수준이다. 영업이익이 1조 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되는 반도체(DS)부문이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이끌고, 세계 첫 인공지능(AI) 스마트폰 ‘갤럭시 S24’가 뒤에서 밀어주는 효과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실적 호조세를 장기간 이어가기 위해선 세계 경기 회복과 중국 경제 리오프닝(재개)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 반도체 영업이익 1조 원대 회복 전망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증권업계가 전망한 삼성전자 1분기 영업이익은 5조4000억 원이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실제 영업이익은 6조6000억 원으로, 약 1조2000억 원을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업계는 깜짝 실적의 대부분이 DS부문에서 나왔을 것으로 보고, 이날 오후 DS부문 영업이익 전망치를 평균 4000억 원 수준에서 1조6000억∼1조9000억 원으로 높였다.

1분기 반도체 실적 호조의 가장 큰 배경은 감산 효과다. 글로벌 반도체 수요 침체가 본격화된 2022년 말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지난해 4월 삼성전자가 차례로 메모리 감산을 결정하면서 지난해 하반기(7∼12월)부터 반도체 재고가 줄기 시작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범용 D램 제품(DDR4 8Gb)의 고정거래가격은 지난해 9월 1.30달러로 바닥을 찍고 10월부터 반등을 시작해 올해 3월 기준 1.8달러로 회복했다.

이에 반도체 수요 기업들이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미리 사두려는 가수요가 붙으며 메모리 판매량 또한 회복하는 추세다. 업계에서는 제품 가격이 상승하면서 회사가 재고로 비축하고 있는 제품의 가격 상승분이 이익으로 잡힌 효과도 더해진 것으로 분석했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1분기 메모리 영업이익에 (재고 가치 평가에 따른) 일회성 요인이 1조7000억 원가량 반영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분석했다.

최근 인공지능(AI) 탑재 스마트폰 출시와 더불어 생성형 AI 서비스 확대로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판매 비중 확대도 호실적을 뒷받침했다. 앞서 1월 말 삼성전자는 콘퍼런스콜에서 “HBM3(4세대 HBM)와 HBM3E(5세대)를 포함한 선단 제품의 비중이 올해 상반기(1∼6월) 중 HBM 판매 수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하반기에는 90%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반도체 불황 터널의 끝은 다른 업체들의 실적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반도체 업계의 풍향계’로 불리는 글로벌 D램 3위 업체 마이크론은 지난달 20일(현지 시간) 올해 회계연도 2분기(12∼2월) 매출이 58억2000만 달러(약 7조9000억 원), 주당 순이익이 0.42달러를 기록했다며 월가 전망을 뛰어넘은 깜짝 실적을 발표했다. 이달 25일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SK하이닉스에 대해서도 증권가의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계속 상향 조정되고 있다.

● AI 스마트폰 호조… 세계 경기 회복 관건

올해 1월 첫 AI 탑재 스마트폰 갤럭시 S24 시리즈를 내놓은 모바일경험(MX)사업부도 1분기 호실적을 뒷받침했다. 증권가 컨센서스 기준 MX사업부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3조8000억 원이다. 전년 동기와 비슷하고 직전 분기 대비 1조 원가량 늘어난 수치다. SK증권에 따르면 MX사업부의 1분기 스마트폰 출하량은 약 6000만 대로 전년 수준을 회복했다. 특히 고급 모델인 ‘갤럭시 S24 울트라’가 판매 호조를 이끄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1분기와 같은 실적 상승세가 이어지기 위해서는 모바일, PC 등 정보기술(IT) 기기 수요 회복과 중국 경제 리오프닝 등 선제 조건들이 남아 있다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날 잠정 실적을 발표하며 시스템 반도체 수요 부진과 관련해 “모바일 등 주요 응용처의 수요 회복이 미흡하다”고 언급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도 삼성전자가 1분기와 같은 깜짝 실적을 지속적으로 낼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이라며 “미국의 기준금리 완화 시점 등에 따라 시장 환경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삼성전자#영업이익#반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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