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걱정 없을 것 같은 부자, 실제론 자나 깨나 돈 생각

  • 주간동아
  • 입력 2024년 3월 17일 09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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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심리] 전교 1등이 늘 고민하며 계속 공부하는 것과 같은 이치

많은 사람이 항상 돈에 대해 생각하며 살아간다. 월급을 받는 직장인은 매달 생활비를 체크하고, 자신의 수입 내에서 지출이 이루어지도록 계속 관리해야 한다. 수입보다 지출이 많다면 적자를 어떻게 보전해야 하는지, 앞으로 그 돈을 어떻게 채워 넣을지를 고민한다. 사업하는 사람이라면 이 달 수입이 얼마나 되는지, 사업 운영비 지출이 얼마나 되는지를 계속 의식하고 고민한다. 이렇게 계속 돈에 대해 고민하면서 “부자는 이런 돈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될 텐데”라고 생각한다. 돈 걱정, 돈 고민, 돈 생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부자가 됐으면 좋겠다는 꿈을 갖기도 한다.

물건 값 고민 없이 사는 상위 20%

마케팅 세일 이론 중 ‘2:6:2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가격 할인을 하면 보통 판매량이 늘어난다. 그런데 가격 할인을 할 때 모든 사람이 관심을 보이는 건 아니다. 20%의 사람은 항상 가격 할인 때만 상품을 구입한다. 가격에 굉장히 민감해 세일할 때를 기다려서 물건을 산다. 60%의 사람은 가격 할인 때 물건을 사기도 하고, 할인을 하지 않을 때 사기도 한다. 대부분 보통 사람들이다. 그리고 마지막 20%의 사람은 할인하는 제품은 사지 않는다. 돈보다는 품질을 더 중요시하는 사람들이고, 싸다는 이유로 구매 결정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돈이나 가격에 굉장히 민감한 사람 20%, 돈과 가격에 영향을 받았다가 받지 않았다가 하는 사람 60%, 그리고 돈은 상관없는 않는 사람 20%로 나뉜다고 해서 ‘2:6:2 법칙’이다.

돈은 상관없는 20%는 소득에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다. 물건을 사면서 돈에 대한 고민을 잘 하지 않는다. 물건을 살 때 가격을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은 부자 아니겠나. 그래서 부자가 되면 돈 걱정, 돈 고민 없이 살아가는 것으로 생각된다. 정말 부자는 돈 걱정, 돈 고민을 하지 않을까. 부자가 돈 걱정을 하지 않고 좋기만 할 거라는 생각은 반에서 1등 하는 학생, 전교 1등 하는 학생이 공부 걱정하지 않고 행복해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 공부를 못하는 학생은 “반에서 1등, 전교에서 1등 하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한다. 반에서 1등, 전교에서 1등을 하면 굉장히 행복하고 아무런 고민이 없을 것 같다. 자기는 공부를 잘하지 못해서 힘들지만, 공부 잘하는 애들은 별 걱정 없이 행복하게 지내는 것 같다. 그런데 반에서 1등, 전교에서 1등 하는 학생은 정말로 행복할까. 공부를 잘하면 칭찬받는 학교 시스템에서 공부를 잘하니 별 고민이 없고 스스로도 자랑스러울까.

반에서 1등, 전교에서 1등 하는 학생을 잘 관찰해보라. 그 학생이 항상 웃으며 행복하게 학교생활을 하는가. 웃으며 떠드는 시간보다 고민스러운 얼굴, 찌푸린 얼굴을 한 채 공부만 하는 시간이 훨씬 많다. 공부를 못하는 학생보다 평소 웃는 얼굴을 보기가 훨씬 어렵다. 공부를 못하는 학생은 한두 문제를 더 틀려도 “이 정도는 실수해도 되지”라고 웃으며 넘긴다. 반면 공부를 잘하는 학생은 100점 받을 수 있는 시험에서 한두 문제를 틀려 95점, 90점을 받으면 절망에 빠진다. 속상해서 울기도 한다. 공부를 못하는 학생은 공부 스트레스가 심하고, 공부 잘하는 학생은 공부 스트레스가 없는 게 아니다. 공부 잘하는 학생의 공부 스트레스가 훨씬 심하다. 항상 웃고 행복해하는 전교 1등은 존재하지 않는다. 평소 계속 공부하고 스트레스를 받다가 시험 성적 결과가 나왔을 때 잠깐 안도감을 느끼는 게 전교 1등이다.

어느 분야든 마찬가지다. 아마추어 축구선수는 국가대표급 선수라면 축구에 대해 더는 고민하지 않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다. 국가대표급으로 축구를 잘하는데 축구에 대해 뭔 고민할 게 있겠나. 하지만 국가대표급 축구선수는 축구에 대한 고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오히려 아마추어 선수보다 훨씬 많이 축구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한다. 축구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 프로축구 선수는 곧 그 지위를 잃는다.

돈 전문가인 부자도 돈 걱정이 많다. [GETTYIMAGES]
돈 전문가인 부자도 돈 걱정이 많다. [GETTYIMAGES]


부자가 돈 걱정 더 많아

돈도 마찬가지다. 돈이 부족한 사람은 돈이 많으면 돈 걱정이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는다. 부자는 돈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고 고민한다. 다만 일반인이 생각하는 돈 고민과는 차이가 있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오늘, 내일, 이번 달, 다음 달 생활비 걱정은 별로 하지 않는다. 그 대신 몇 달 후, 몇 년 후, 나아가 몇십 년 후의 돈 걱정을 한다.

부자가 가지는 돈에 대한 관심은 돈 관리, 아니면 투자 관리다. 부자는 돈 전문가들이다. 경제 상황 변화가, 그리고 정부 정책 변화가 앞으로 자기 재산에 얼마나,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를 바로 안다. 건물이 있어서 많은 월세를 받고 있다고 해보자. 보통 사람이 보기에는 한 달에 몇백, 몇천 월세를 받으니 아무 걱정도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건물주는 안다. 주변에 더 좋은 건물이 만들어지면 자기 건물은 세입자를 구하기가 힘들어질 거라는 사실을 말이다. 금리가 오르면 대출 이자가 크게 오를 테고, 그에 따라 월세 수입이 크게 줄어들 거라는 사실을 안다. 지금 우량 세입자가 나가면 어떤 영향이 있을지 그려지고, 언제 엘리베이터 등을 교체해야 하며, 그때 돈이 얼마나 나갈지도 예측 가능하다. 또 나중에 본인이 사망하면 자식들이 상속세를 내기 위해 건물을 팔아야 할 거라는 것, 그리고 그때 건물을 급매로 내놓으면 엄청나게 손실을 볼 거라는 것도 안다. 지금 당장 먹고살 걱정은 없다고 해도 앞으로 몇 년 후 자기 재산이 심각하게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직장을 다니는 사람은 앞으로 몇 년 후 자기가 망할 수 있다는 생각은 잘 하지 않는다. 하지만 부자는 미래에 자기가 망할 수도 있다는 걸 안다. 이런 일이 일어나면 망한다, 저런 일이 일어나도 망한다는 시나리오를 구체적으로 그릴 수 있다. 돈에 대해 모르면 이런 것도 모를 수 있지만, 돈에 대해 잘 아니 돈을 크게 잃을 가능성도 잘 알 수밖에 없다. 지금 돈 관리나 투자를 잘못하면 망하기 때문에 돈 걱정, 돈 고민, 돈 생각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삼성이 반도체 분야에서 잘나가고 있을 때도 “지금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들은 10년만 지나도 사라질 것이다” “앞으로 5년 뒤, 10년 뒤를 생각하면 등에서 식은땀이 난다”며 걱정과 고민으로 날을 지새웠다고 한다. 삼성 반도체가 지금 잘나간다고 행복해하면서 웃고 다니지 않았다. 정도 차이는 있지만, 보통 부자도 마찬가지다. 어떤 일이 벌어지면 자기가 망할지가 그냥 그려진다. 그래서 돈 걱정, 돈 고민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또 시간 측면에서 봐도 부자가 돈 걱정을 더 많이 한다. 직장에 다니는 사람은 아무리 돈 걱정을 한다 해도 회사에서 일하는 동안은 돈 걱정을 하지 않는다. 일상생활을 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 일하는 데 사용하는 시간을 빼면 막상 하루에 돈 걱정을 할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런데 부자는 시간이 많은 사람들이다. 일반 사람처럼 열심히 일하지 않으면서 여유시간을 가질 수 있다. 그런데 일하지 않고 남는 여유시간에 무슨 생각을 하겠나. 축구선수가 축구에 대해 생각하듯이, 부자는 돈에 대해 더 생각할 수밖에 없다. 보통 사람보다 생각할 시간이 많으니, 돈 생각도 더 많이 한다. 그리고 사람은 혼자 있으면 행복한 생각보다 고민을 더 많이 하는 법이다. 돈 생각을 많이 하면 할수록 돈 고민, 돈 걱정도 많아진다.

돈 걱정 제로인 부자의 가족들

단, 예외가 있다. 정말로 돈에 대해 거의 걱정하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부자의 가족들이다. 부자에게 돈을 받아 사용하는 배우자, 아들, 딸 등 가족은 돈이 어디서 나오는지, 돈 관리가 어떻게 굴러가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마음껏 돈을 쓰기만 할 수 있다. 진짜 돈 걱정으로부터 벗어나 마음 편히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이다. 의사들이 돈을 많이 벌고 잘산다고 하지만 사실 정말로 잘사는 사람은 의사 본인이 아니라 그들의 가족이다. 의사는 진료를 보느라 바쁘고, 휴일도 잘 챙기지 못한다. 의사 가족은 그런 부담 없이 의사의 많은 소득을 누릴 수 있다. 부자도 마찬가지다. 부자 본인은 돈 고민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반면 부자의 가족은 돈 걱정하지 않고 누리는 삶을 살 수 있다. 부자보다 부자의 가족이 되는 게 더 편한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이다.

최성락 박사는…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박사학위,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동양미래대에서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하다가 2021년 투자로 50억 원 자산을 만든 뒤 퇴직해 파이어족으로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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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주간동아 1431호에 실렸습니다.]



최성락 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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