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여파에 협력업체 ‘울상’…“언제까지 버텨야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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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12월 30일 0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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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서울 영등포구 태영건설 본사. 2023.12.28. 뉴스1
이날 서울 영등포구 태영건설 본사. 2023.12.28. 뉴스1
유동성 위기로 도급순위 16위 태영건설(009410)이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을 신청하면서 협력업체들의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협력업체들은 현금 대신 외담대를 지급하고 있는 데다가 이마저도 만기를 60일에서 90일로 늘리기로 하면서 버티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3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태영건설은 자사 협업시스템에 지난 28일 ‘협력업체 대금지급 조건 변경의 건’이라는 게시글을 통해 기존에 대금으로 지급하던 외담대 만기를 60일에서 90일로 늘린다는 점을 공지했다.

앞서 태영건설은 일부 하청업체에 하도급 입찰 당시 현금 지급을 조건으로 내걸고도 지난 9월부터 3개월 간 협력업체에 60일 만기 외담대를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유동성이 악화일로를 걸어 워크아웃을 신청하기에 이르자 이마저도 만기를 연장한 것이다.

외담대는 협력·납품업체로부터 물품이나 자재를 구입한 원청업체가 현금 대신 외상매출채권을 끊어주면, 납품업체는 은행에 이를 담보로 대출을 받는 구조다. 원청업체는 만기일에 대출금을 상환하면 되지만 경영난으로 상환하지 못하면 대출 당사자인 하청업체가 은행에 대금을 물어줘야 한다.

만기 연장에 따라 태영건설의 협력·납품업체들은 12월 세금계산서 발행 건부터 지급이 연장된다. 11월 건은 1월 말에 지급했으나 12월부터는 3월 말로 밀린다.

일례로 태영건설 협력업체인 A 업체가 이렇게 지급받은 대금 규모는 8억원을 넘어섰다. 노임을 지급해야 해 당장 현금이 필요한 하도급 업체는 이를 급하게 매각하고 있어 수백만원의 손실도 입었다.

현재 협력업체들 사이에서는 태영건설이 12월 외담대가 휴짓조각이 될 수 있다며 불안에 떨고 있다. 이 관계자는 “태영쪽 임원진이 11월까지 발생분에 대해서는 지급을 약속했는데 12월에 대해 확답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만기 연장은 협력업체에 큰 부담으로 돌아온다. 현금화하는 데 더 오랜 기간이 소요되면서 노임비를 지급해야 하는 시점과 차이가 벌어져 자금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다. 해당 관계자는 “중소기업이 체력이 튼튼한 회사들이 아니다”며 “지금도 어려운데 무작정 더 버텨내야 한다면 감당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다른 건설사들이 태영건설 현장과 관련된 협력업체들 명단을 확보해, 이들 협력업체를 관리대상으로 삼는 움직임이 감지되는 것도 이들에게 부담이다. 실제로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현재 대부분의 건설사들이 태영건설측 협력업체 명단을 확보하고 있다”며 “이들 업체들이 어려움에 빠지면 공기 지연이 발생할 수 있어 이를 예방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A 업체 관계자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입찰 참여가 제한될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며 “2·3차 피해가 돌아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워크아웃 신청에 따라 외담대 만기를 불가피하게 연장했다”며 “다만 외담대를 갚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은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정부도 협력업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최상묵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태영건설의 581개 협력업체의 경우 이미 가입된 건설공제조합 보증 등을 통해 하도급 대금을 적기에 지급하는 동시에 태영건설 매출 의존도가 높은 일부 하도급사에 대해선 금융기관 채무를 1년간 상환 유예하거나, 금리 감면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A 업체 관계자는 “정부의 지원책이 현재로서는 크게 도움되지 않는다. 건설공제조합 보증을 통해서는 시일이 소요되는 만큼 적기 지급이 어렵고 매출 의존도가 낮다 하더라도 중소규모 업체에는 타격이 크다”며 “버티기 어려운 업체가 속출하기 전에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하루빨리 마련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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