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이 경쟁력” 로봇 감시견이 공장 누비고, 드론이 굴뚝 점검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7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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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경영] 안전한 산업 현장 만들기 온힘
SK이노베이션, ‘로봇 개’ 투입… 울산콤플렉스 사각지대 살펴
포스코, 작은 ‘세이프티 볼’로 밀폐공간 산소 농도 등 파악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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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이 안전한 산업 현장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과 더불어 안전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요구가 날로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안전을 소홀히 한 기업은 근로자들로부터 지탄받을 뿐 아니라 소비자들에게도 외면받을 수 있다. 안전한 현장 만들기는 기업의 핵심 책무라는 인식이 확실히 자리 잡은 것이다.

주요 기업들 사이에는 산업 현장 안전을 위해 정보통신기술(ICT)을 비롯한 첨단 기술을 활용하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 사고가 발생하기 쉬운 공정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거나 사람이 직접 하기에는 위험한 작업을 자동화 시스템으로 바꿔 놓는 식이다.

SK그룹의 에너지·화학 중간 지주사인 SK이노베이션의 경우 핵심 사업장인 ‘울산콤플렉스’에 산업 안전을 위한 첨단 로봇들을 투입하고 있다. ‘로봇 개’라고도 불리는 4족 보행 로봇 ‘스폿’, 뱀이 기어가는 듯한 형태의 ‘가디언S’가 그 주인공이다. 이 로봇들은 60만 ㎞ 파이프라인이 사람 혈관처럼 얽힌 826만 ㎡(약 250만 평) 규모의 울산콤플렉스를 누비고 있다. 사람이 직접 확인하기 어려운 사각지대의 설비 온도, 가스 누출 여부, 소음 진동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SK텔레콤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밀폐공간의 유해가스나 이상고온을 탐지 가능한 ‘TLC 로보틱스 키트’, 추락 사고나 화재를 자동 감지하는 ‘AI 카메라’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IT 시스템 업체인 SK C&C는 폐쇄회로(CC)TV를 통해 건설 현장 근로자와 중장비의 충돌을 방지거나 근로자 안전모 착용 실태를 모니터링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포스코도 첨단 기술을 활용해 근로자 안전에 기여하려 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스마트 세이프티 볼’이다. 직경 60㎜, 무게 100g로 테니스공과 별반 차이 없는 작은 크기지만 밀폐공간에 넣어 두면 산소, 일산화탄소, 황화수소 등의 농도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또한 포스코는 고온 작업에 로봇을 투입하고, 굴뚝과 같은 높은 곳의 설비를 점검할 때 드론을 활용하고 있다. 포스코 포항·광양제철소 현장 근무자들에게는 넘어짐, 심박 이상, 추락 등의 이상 상황이 감지되면 주위에 신호를 보내는 ‘스마트워치’를 지급하기도 했다.

GS칼텍스에서는 ‘질소분위기 촉매 교체 작업’을 로봇으로 대체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질소분위기 촉매 교체 작업은 정유·화학 시설 정비 작업 등에서 화재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질소를 투입하는 것을 말한다. 질소를 다루는 위험한 작업이기 때문에 질식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GS칼텍스는 국내 로봇 전문 업체와 가상 작업 공간을 만들어 모의 테스트를 거친 후 실제 로봇 투입에 성공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관련 매뉴얼 개선을 통해 안전한 근무 환경 만들기에 나서고 있다. 올 5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와 손잡고 ‘위험성평가 개선 추진단’을 출범한 것이다. 현대차의 안전 관련 담당 실무진과 경총이 외부에서 섭외한 전문가들이 합세해 현대차 울산·전주공장을 시작으로 최적의 위험성평가 업무 표준 및 매뉴얼을 제작할 계획이다. 또한 다른 사업장에 대해서도 안전관리 체계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장단점 분석에 나서게 된다.

LG그룹은 안전관리를 전담하는 조직을 신설하거나 이와 관련한 책임자를 새로 지정해 놓는 방식으로 안전 이슈에 대응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와 LG유플러스의 경우 ‘최고안전환경책임자(CSEO)’ 자리를 신설했다. LG이노텍은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만들어 안전 관련 주요 결정이 이뤄지도록 했고, LG생활건강은 주요 사업장별 ‘통합방재센터’를 만들어 비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 빠르게 대처하도록 했다.

롯데도 현재 36개 그룹사에서 안전관리 전담 조직을 운영 중이다. 각 사 안전관리 주무 부서 팀장 및 담당자들이 참여하는 안전관리협의회도 매년 2회 개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안전 관련 현안이나 모범 사례 등을 공유하며 관련 매뉴얼을 고도화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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