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중단 ‘파국’ 둔촌주공…“사업 지연 피해 6100여명 조합원 몫”

  • 뉴스1
  • 입력 2022년 4월 14일 16시 05분


코멘트
11일 서울 강동구 둔촌 주공 재건축 현장에 공사중단 현수막이 걸려있다. 2022.4.11/뉴스1
11일 서울 강동구 둔촌 주공 재건축 현장에 공사중단 현수막이 걸려있다. 2022.4.11/뉴스1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이 공사비 증액을 두고 조합 집행부와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의 갈등이 심화하면서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재건축 재개발 정비사업에서 공사비 증액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둔촌주공 재건축은 ‘전대미문’ 사례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갈등이 길어질수록 피해는 고스란히 6100여명의 조합원 몫이라고 지적했다.

1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둔촌주공 시공사업단은 15일 0시부터 둔촌주공 사업장에서 모든 인력과 장비, 자재 등을 철수한다. 공정률이 절반을 넘긴 상황에서 공사가 전면 중단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둔촌주공 재건축 역대 최대 규모의 정비사업이다. 강동구 둔촌1동 170-1번지 일대에 지상 최고 35층 85개 동 1만2032가구(임대 1046가구 포함) 규모의 아파트와 부대시설을 짓는 사업이다. 일반분양 물량만 4786가구에 달해 부동산 시장의 초미의 관심사다.

공사 중단의 발단은 공사비 증액이다.

둔촌주공 재건축의 최초 공사비는 2016년 2조7000억여원이다. 이후 자재 변경과 상가 신규 포함, 세대수 증가를 이유로 공사비를 3조2000억여원으로 증액하기로 하고, 2020년 해당 내용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현 조합 집행부는 당시 계약은 전 조합 집행부와 체결한 부당한 계약이라고 무효를 주장했다. 반면 시공사업단은 적법한 계약이라며 반박했고, 착공 이후 2년간 1조6000억원의 공사비를 한 푼도 받지 못했다며 공사 중단을 예고했다.

조합 집행부 역시 10일 이상 공사 중단이 될 경우 시공사 계약 해지 등을 추진할 것이라고 대응했다. 협상은커녕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공사비 증액을 두고 조합과 시공사의 갈등은 자주 있는 일이다. 실제 일부 정비사업장은 공사비 문제 때문에 시공사를 교체하기도 했다.

현재 서울에서도 은평구 대조1구역 재개발과 성북구 보문2구역 재개발 역시 공사비 문제로 잡음이 나오고 있다. 서초구 방배6구역 재개발은 공사비 증액 문제로 지난해 기존 시공사인 DL이앤씨와 끝내 결별했고, 삼성물산을 새 시공사로 선정했다.

정비사업장 공사비 증액 문제가 나타나면서 정부는 2019년 10월부터 ‘정비사업 공사비 검증제도’를 시행했다.

이 제도는 조합원 20% 이상이 공사비 검증을 요구하거나, 서울에서 공사 계약금 대비 5% 이상 상승(지방은 10% 이상)한 경우 공사비 전체나 증액분을 한국부동산원이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통해 의무적으로 검증받도록 했다. 해당 기관은 계약서 내용과 물량, 단가 등을 객관적 자료를 토대로 검증한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재건축 재개발 공사비 문제는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라면서 “과거에는 ‘묻지 마’ 식의 인상도 있었던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최근 조합원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공사비 문제가) 더 나타나는 것 같다”라면서 “둔촌주공과 같이 공정률이 50% 넘은 현장에서는 (공사비 문제로 공사 중단이 되는 것은) 처음 본다”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조합 집행부와 시공사업단의 갈등 피해는 결국 조합원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송 등에 따른 사업 지연, 시공사 교체 등은 조합원의 부담만 늘 것이라고 했다.

특히 조합 집행부의 시공사 교체 추진이 현실화하면 문제가 더 커질 수 있다고 봤다. 현재 시공사업단의 정산 문제는 물론 계약 해지에 따른 손해배상 등을 감당할 수 있는 건설사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시공사 교체 현장 대부분이 본격적인 착공 전 사례”라면서 “둔촌주공처럼 골조 공사까지 올라간 상황에서 들어갈 건설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양측의 갈등이 잘 봉합돼도 일정 부분 피해는 불가피하나, 6000명이 넘는 조합원을 생각하면 조속한 합의가 최선”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